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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마님 Dec 30. 2021

손세정제

고마워

둘이서 한참동안 내 머리에 빗질도 하고, 마스크줄도 올려 놓고,

썬글라스도 씌워놓고, 조물락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정수리가 축축해지더니…수상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손세정제 한통이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야단을 치지도 못하고,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 머리를 감는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아이들 둘만 남는 것을 알지만, 문을 쾅 잠가버린다.


세번째 샴푸를 하는데, 왠일인지 밖이 조용하다. 살짝 걱정이 되서 문을 열고 불러본다.

<진이찬이 뭐하니? 엄마한테 잠깐 와볼래? 뭐해? >

<정리하고 있었는데~ 거실 장난감 정리하고 있었어. 신발도 정리하고 있는데~>


화를 내지도 않고, 야단도 안 쳤지만, 지들이 잘못한거 알았나보다. 엄마 화난거 알았다보다.

이번에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문을 잠그지 않고 살짝 열어 놓는다.

아이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게, 평상시처럼.


다 씻고 나오니, 장난감은 뒤죽박죽이지만 테이블과 책장에 모두 올려져 있고,

신발은 짝은 맞지 않지만 양쪽으로 줄을 맞춰 잘 놓여져 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마울까. 코끝까지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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