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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루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일

by 이웃의 토토로

하루의 루틴을 쌓고 있다. 출근해서 가방에 싸온것들을 꺼내놓는다. 자리에 있는 준비된 원두들을 살펴서 오늘의 날씨와 기분에 맞는 걸 고른다. 드립을 위한 도구들을 챙겨서 양손에 들고 적당히 무거워 한 손가락으로 열 수 없는 미닫이 문이 있는 캔틴룸(탕비실)으로 간다. 전동 그라인더로 얼른 원두를 갈면서 커피 머신에서 뜨거운 물만 내리고, 종이 필터를 접어서 드리퍼에 올린다. 갈린 원두가 내놓은 향이 퍼져나간다. 드립을 천천히 나름의 간격과 리듬으로 내린다. 드리퍼 가득 커피와 물을 섞어 비율을 맞추고 나면 옆에 있는 동료와 한 잔 씩 나눈다.


자리로 돌아와서 도구를 정리하고 커피를 텀블러에 옮겨서 마시면서 집에서 가져온 모닝빵이나 올리브빵을 먹는다. 이메일함에 쌓인 메일을 살피고 뉴스레터를 읽는다. 가끔 출근길에 읽다가 남긴 기사를 보기도 한다. to do list를 확인하고 오전에 필요한 것들을 시작한다. 업무용 메신저(Microsoft Teams)가 초록불로 바뀌면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리스트의 순서를 밀어내거나 조정하게 된다. 항상 급한 일들이 먼저니까. deadline이 있는 일들은 중요한 일들이니 잘 챙기면서 시간을 block으로 일정을 만든다.

9 to 6로 일을 하면 (점심시간이 11시반 부터 12시 사이에 시작해서 1시간이니까) 오전이 2.5시간, 오후가 5.5시간이지만, 9시반 전후로 출근하면 오전이 2시간, 오후가 6시간이 되어 오전이 짧다.


요즘 점심은 욕심 내지 않고 점점 줄이는 중이다. 과자도 줄이고.. 잣,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와 두유를 잔뜩 쌓아놨다. 집에서 가져오는 것 중에 생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 사과도 있다. 이렇게 모이다 보니 더 많이 먹게 되는건가 싶긴 하지만, 더 건강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오후의 루틴은 2시, 4시, 5시를 기준으로 하는 일을 바꾼다. 하나를 계속 하다보면 처음에는 맥락도 잘 잡히고 익숙하게 기억하지만 지루해지고 피곤해지고 졸리기 때문에 일부러 스위칭을 한다. 물론 하나에 오래 집중하는 습관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위칭을 할 때 스토쿠 풀이 책을 꺼내서 하나를 풀어본다. 머리속을 갈아끼우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6시가 넘으면 다시 내일의 to do list를 적는다. 오늘 한 일은 줄을 긋고, 남은 일을 표시하거나 새로운 페이지에 적는다. 이건 작은 사각 2cm x 2cm 정도의 포스트잇이 될 수도 있고, 4cm x 6cm 정도의 포스트잇일 수도 있으며, 직사각형 노트나 다이어리일 수도 있다.

하루의 마무리는 책상 위 작은 쓰레기통을 비우고 텀블러와 드리퍼를 씻는 것으로 시작한다. 퇴근준비에서 제일 중요한 루틴이다. 거의 대부분 파티션에서 마지막으로 퇴근하기에(출근을 제일 늦게 했으니까..) 노트북과 테블릿, 자리에서만 쓰는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고 잠근 후에 일어난다. 애플워치를 차고, 충전중일 에어팟 프로를 챙기면서 가방을 확인하고 돌아나오면 퇴근이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 몸에 익으면 습관처럼 그냥 하게되는데, 그것이 익숙해지면 편안한 루틴이 된다. 가끔 까먹어서 애플워치를 두고 온다거나 노트를 놓고 나오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니까 다음날 그 자리에 있으면 다시 루틴으로 들어온다. 오늘은 모두 잘 챙겨서 왔다. 이제 내일 가져갈 것들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가방을 골라 문 앞에 꺼내놓으면 된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니 메는 가방이고, 화수목은 노트나 빵과 과일이니 한쪽으로 메는 크로스백이나 슬링백이다.


20251118. 1,715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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