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REDIS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d Kang Feb 18. 2024

위빳사나 명상

명상을 다녀왔다. 

위빳사나 명상.


한때 원하고 노력하면 가질 수 있을거라고 패기 넘치던 시간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체념과 단념이 익숙해지기도 했다.


이만하면 충분한 듯 할때, 더 떨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걸 못 얻을 수도, 

그토록 당연시 하던게 내것이 아닐 수도,

누구나 다 가지는 행운 조차도 내게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받아드리는게 그렇게 억울하지도 않을때쯤.


그렇게 인생의 여백이 드리우는 시간이 깊어질때,

그러한 비움에 슬퍼하지 않을 수 있다면, 

상실과 채우지 못함 속에 고통 받지 않는다면,

이전에는 고통이었지만, 삶의 거듭됨에서 그 때의 고통을 지금은 무감각하게 받아드리며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공백에서도 삶을 풍요롭게 맞이 할 수 있을거 같아 1년반 전 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리디셀렉트에 있는 명상 관련 책을 다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유발하라리 "21세기 21가지 제언"에서도 명상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그 책을 읽고, 유발하라리가 자신의 역작 "호모데우스"의 시작 페이지에 위빳사나 명상을 대중화한

고엔카 선생님께서 나누신 지혜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읽으며 마음을 굳힌다.


위빳사나 명상.


원래는 미얀마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에 도저히 불가할 듯 해서,

전북 진안에 담마코리아에서 위빳사나 명상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가 장기화 되며 계속 취소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맞아 떨어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무사히 열흘간의 코스를 마치고 나왔다.


들어간 날, 나오는 날을 빼고도 꼬박 10일.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하고, 코스 10일째 날 아침까지 묵언을 해야 하고, 오전 11시에 점심식사를 하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공복을 유지해야 하고, 하루에 10시간 명상을 해야 하는 열흘 속에서.

인생을 완전히 전환시킬 지혜를 얻었다. 


끝내 떠날 수 없을 나를 위해 나를 더 소중히 대할 지혜를 얻어갈 그 길을 볼 수 있었다.

일어남과 사라짐의 반복 속에서 어느 것도 영원히 지속하지 못함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시간 이었고, 알아차림 훈련을 통해 감각에 조건반응하던 나를 알아차리고 그 감각에 반응하지 않으며 내 마음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너무도 값진 시간이었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느껴지는 그 감각을 어떠한 갈망과 혐오로 연결하지 않고, 그저 바라본다. 그렇게, 고통과 집착의 끈을 끊어 내는 법을 고엔카 선생님의 10일 코스를 통해 배우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에 가까워 지는데 필요한 큰 지혜를 얻었다. 

<담나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발췌>


위빳사나 명상을 대중화한 고엔카 선생님의 코스를 소개한 윌리엄 하트의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이란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면서, 실제로 코스 중 고엔카 선생님께서 예시로 든 아래 이야기가 있다.


"아원자는 일초에도 수조번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반복한다는"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는 여전히 집착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 진리를 몸으로 체득한 부처님은 고통으로 부터 완전히 해탈했다."

코스에 참가하며 열심히 참가하지 않는 듯한 수련생을 보며, 차라리 소정의 참가비를 받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차 싶었다.


신참 수련자는 코스에 한 푼 내지 않았기에 이 곳에 오면 내 것이 없다. 선배 참가자의 기부를 통해 식사도 공양을 받으며 먹는다. 출가자의 삶을 체험함으로서 "바른 생계"에 대한 깊은 배움을 할 수 있다.


이 곳이 놀라운건, 선배 참가자의 기부, 자발적 봉사자, 그리고 참가자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이다. 참가자의 기부로 부터 선순환 구조를 만들며 더 많은 사람이 마음의 정화를 얻을 수 있는데 기여한다. 

나 역시도, 앞으로 가고 싶은 곳, 가야 할 곳, 봉사하러 가야 할 곳으로 "위빳사나 명상이 있는 어느 곳"이라고 남길 수 있어 감사했다.


위빳사나.


위빳사나를 통해 인생의 큰 지혜를 맞이했다.

이 생애을 다하고 나서도 떠날 수 없는 나를, 그런 나를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COVID-19, 그리고 2020의 봄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