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감정은
때때로 무질서하게 휘몰아친다
내가 만든 소용돌이에 내가 휩쓸려 컨트롤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나에 대한 컨트롤을 잃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한참을 조절하려고, 내 손아귀에 쥐어두려고 노력했다. 마치 강박처럼, 내 감정을 깊이 묻어두려고 했다. 하지만 감정은 내가 무시하면 할수록 내 안에서 나를 집어삼켰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면서 빈 공간을 찾아 스며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꼭 쥐었던 손을 놓아버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나를 좀 더 연약한 사람으로 만들고자 빈자리를 내주었다. 좀 더 사람답게,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감정은 마치 전염병 같아서 내 주변 사람에게도 흘러들어 갔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항상 솔직하자’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은 어떨 땐 독이 되어 돌아왔고, 어떨 땐 진심 어린 마음의 공명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 독이 아팠다. 좋은 것들을 한 아름 가져다주어도 잠깐의 독이 나를 더 크게 건드렸다.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에게 맞추어주는 것,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 안정에 마음을 놓고 살아가는 것과 위태로워도 진실된 나로 살아가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에게 행복한 삶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계속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옥죄여오는 사회 속에서 진실된 나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일까, 좋은 인간상을 정해두고 그 틀 안에 나를 구겨 넣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계속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삶이 좋은 삶일까? 독하게 살아가는 게 미래의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일단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버티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방법뿐이다. 그러면 답을 알게 될까, 미래의 내가 답을 알려줄까.
오롯이 내 힘으로 사는 것, 내 존재를 나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내 힘이 될 것이라는 것 말고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경험이 고프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