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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Jan 01. 2022

어깨가 망가졌다 2

[인생의 중간즘] 몸의 회복력에 대해서


다시 어깨가 아파졌다.


통증의 정도는 더 심해져서 잠을 잘 못 잘 정도이다. 일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황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걱정하는 동료도 생기니 서로 부담도 늘어났다. 그러나 12월까지 큰 행사 및 중요한 비딩을 치러야 해서 분주한 마음에 치료를 미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3주 전부터 다른 어깨 전문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의사는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의사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상태이니 3개월간 집중 치료를 권했다. 이전 병원에서 잘못된 치료를 받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니, 통증을 느낄만한 운동은 절대 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데, 이전 병원에서는 적절한 운동을 권했던 상황이라 또 한 번의 씁쓸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다. 최소 3개월은 이러한 통증과 생활의 제약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한 돌아봄이었다. 오른팔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활동 많은 아들과는 몸으로 놀아 줄 수가 없고, 아이를 잘 씻겨 주거나 보호해 주는 활동도 할 수 없으니 나름 우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또한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일하면서 치료를 했으면 나았겠지' 하고 후회도 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이제 내가 기대하는 몸의 회복력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곧 낫겠지,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나에 대한 기대감'이 이젠 안 통한다는 것.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제약이 나의 가족과 일, 생활에서 해결되지 않겠다고 느꼈다. 인생의 중간 즈음에서 체감되는 '내 몸에 대한 변화'였다.


3개월 치료비를 선결제하니, 마음을 더 굳게 다짐할 수 있었다. "반드시 고치리라." 그리고 그동안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선언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건강을 신경 써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매일 먹는 것을 계획하고, 꾸준한 운동을 실행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이건 다시 발생할 수 있겠다 싶다. 몸의 구석구석 상황을 점검하고, 컨디션을 체크하는 <건강한 자기 의심>이 필요하다. 인생의 중간 즈음부터는 일과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건강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또한, 앞으로의 중년의 삶과 미래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시점이라는 것을 깊이 있게 실감하였다.


20대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20대의 왕성한 활동을 지원한 회복력에는 이제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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