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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Jun 25. 2021

자락길 걷기, 좋아하세요?

<인생의 중간즘> 싫어하던 것, 좋아하기


우리 자락길 갈까?
와이프는 작년부터 몇 번 건강 삼아 아들과 자락길을 갔었다. 물론 나는 가기 싫어 집에 누워있었다. 몇 번 권할 때마다 난 가기 싫어 핑계 삼아 빨래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했다. 산 자체를 싫어하는 나는 우연히 한번 따라나섰다가 숨 막히게 긴 일방적 걷기에 겨우 살아 돌아와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올해 1월, 당뇨 진단 이후부터는 가기 싫던 자락길을 아들과 꾸준히 가고 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운동하라는 의사의 권면에 자락길 걷기가 최적이었던 것이다. 몇 번 집 근처를 걸어보니 산책코스가 애매했다. 차라리 볼 게 없는 아파트 안의 길이 낫다는 생각에 빙빙 돌았다. 회사 출근 후에도 산책을 병행했지만 운동량이 부족했다. 더구나 길어지는 팬데믹 상황에 실내 운동장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들은 훌쩍 커서 몸으로 놀아 주지 않으면 게임과 TV에 빠져 살 것 같아 외부로 나가는 활동이 필요했다. 이 모든 고민에 해답은 오히려 정말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집 앞에 말이다.

그래서 아들과 1월부터 주말마다 꾸준히 가게 된 자락길. 이젠 코스도 정하고, 재미도 있는 활동도 추가하여 13번 포인트의 정자에 도착하면 간식 타임도 즐기게 되었다. 아들은 소량의 과자, 나는 커피지만 마냥 신난다. 그리고 10번 포인트에는 운동장이 있는데 거기서 축구나 미니 야구도 하며 시끌벅적 스포츠도 진행한다. 결국 오가는 이 자락길에서 우리 부자는 2시간 반 동안 걷고, 얘기하고, 장난치며, 싸우면서 스포츠도 즐기게 되었다. 근데 이게 은근 주말을 활력 있게 만든다.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지만 묵묵히 같이 걸어가며, 손잡고 끌고 가고, 서로 옷에 땀 묻혀가면서 그렇게 한 주 동안 못한 관계를 메워간다.

그렇게 가기 싫던 자락길 걷기가 이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변하고, 건강도 챙기게 된 멋진 주말 행사가 되었다. 또한 와이프는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으로 쓰면서 리프레시도 되어 한 주간의 숨통이 풀리는 계기가 되었다.

자락길을 걷다 보면 부모와 자식들이 같이 걷는 가족들을 종종 만난다. 그분들이 지나가면 어떤 대화들이 있는지 귀를 쫑곳 기울이게 된다. 보기 좋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건강해 보인다. 나도 아들과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같이 동행하는 시간이 있는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겠지? 나름 확신과 의미를 이렇게 부여하며 지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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