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고소득을 벌어보자.
샌달우드 농장, 육가공 공장, 카페, 모텔 등을 다니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어떤 사람은 주 2천 불을 넘게 벌었다더라, 주 3천도 번다. 등등 나의 물욕을 자극하는 정보들이 커뮤니티 사이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코튼진에서 일을 하면 하루 12시간씩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코튼진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듣다 보니 그레인 하베스트가 고소득을 올리기에는 매우 좋은 일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마침 소속되어 있는 에이전시에서 코튼진 시즌이 끝나고 나니 Grain corp라는 회사로 연계를 시켜주었고,
덕분에 친구와 함께 Grain corp site 내에 있는 숙소에서 지내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사이트 내에 있는 숙소를 들어왔을 때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어떻게 지내지..? 정말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치우고 나니 나름대로 살만한 집이 돼서 그냥저냥 지낼 수 있었다.
더러운 숙소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다. 우리 숙소는 사이트 내에 있다 보니, 트럭들 다니는 소리가 밤낮으로 나를 괴롭혔다. 여기저기서 같이 일하는 워커들이 집안에 전자레인지를 쓰겠다고 들어오다 보니 물건이 없어지는 일들도 허다했다. 그 많던 수저와 포크는 어느새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 직무는 Grain handler. 곡물을 벙커에 적재하는 것을 돕거나, 곡물을 청소하는 일들이나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을 하는 직무다. 그레인 사이트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을 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수출하는 곡물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 트럭들이 사이트 내에 적재해둘 곡물들을 실어온다.
그럼 이 곡물이 벨트를 타고 벙커에 쌓이게 된다.
우리는 이 트럭들이 안전하게 잘 적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거나, 벙커가 꽉 차면 그것을 방수포로 덮거나 찢어진 방수포를 보수하는 일들을 한다. 트럭 트레일러에 있는 곡물들이 발생시키는 먼지는 온 사방에 저장되어 엄청난 먼지를 일으킨다. 공식 시즌에 들어가게 되면 그레인 하베스팅은 24시간 가동한다. 그래서 워커들은 데이 쉬프트, 나이트 쉬프트로 나뉘게 되는데 나는 다행히도 나이트 쉬프트가 돼서 오후 6시 ~ 오전 6시 이렇게 일하게 되었다.
이렇게 일하면 좋은 점이 오버타임을 하게 되면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이고 데이 쉬프트에 비해서 시급이 비교적 높으며 햇빛 없이 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밤낮이 바뀌는 바람에 신체 패턴이 굉장히 이상하게 변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가 주로 밤에 크게 오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으로 일을 쉬게 되는 일도 꽤 있었다.
13일을 일하고 하루 쉬는 이 패턴은 정말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나이트 쉬프트로 일을 하면 하루를 쉰다고 해도 뭔가 제대로 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주에 2500$ 이상을 벌다 보니 그동안 왜 1년이나 육가공공장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의 강도가 그렇게 세지 않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일의 성향이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정말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일을 피해 다니는 그룹과 매번 남들 쉬고 있을 때 죽어라 노력하는 그룹이 있다. 나는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성격상 눈치를 보며 피해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차라리 당당하게 열심히 일하고 보상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점은 곡물마다 등급이 다 있으며, 낮은 등급의 곡물은 빵가루나 밀가루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상위 등급의 곡물은 파스타 면 같은 프리미엄 제품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하면서 알게 된 많은 좋은 친구들이 있다. 한없이 게을러서 얄밉지만 착해서 뭐라 할 수 없는 인도네시아 친구들, 지금은 단짝이 된 호주 애보리진 친구와 능글맞은 재치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친구 등 너무 좋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꽤 재밌었던 시간들이었다.
작년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돌아간 친구들도 있다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목돈을 마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레인 하베스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시즌에 맞춰서 Grain corp에 casual worker로 지원해보거나, Agrilabour에서 신청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