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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Dec 08. 2021

자카란다. 꽃말 : 화사한 행복

내 생에 가장 화사하고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나에게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겨울은 무척이나 따뜻한 겨울이었다. 

10평 남짓 되는 작은 집에 동생과 부모님이 염리동에서 함께 살았던 그 시절은 비록 조금 가난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순간들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쯤 되면, 어머니가 비좁은 집에 알전구들이 알알이 박힌 성탄절 장식을 걸어놓고는 했다.

파란색, 빨간색이 반짝반짝거리면 그 색깔들이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눈이 펑펑 와서 집 앞에 눈이 잔뜩 쌓인 날에도 그 반짝이는 색깔들을 떠올리면 따뜻했던 것 같다. 


이웃집 앞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눈이 무릎까지 내리는 날이면 집 밖으로 나와 어머니와 눈싸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자주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눈싸움을 어머니와 주고받을 때 어머니가 웃으시던 표정이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그렇게 누구보다 해맑은 웃음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좋다. 이 두 가지 색은 나에게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그런데, 요즘 거리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캐럴은 정말 듣기 어려워진 것 같다. 

성시경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비슷한 음악은 들리는데 찐 캐럴은 듣기 힘들어졌다. 

크리스마스에 듣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100번 들어도 지겹지 않은데.. 그놈에 저작권 때문이겠지 아마.. 


자랑 하나 하자면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시드니에 있는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청년 합창단이 부르는 캐럴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도대체 왜 중세 사람들이 천사를 좋아했는지 짐작이 간다.


왜 우리는 요즘 길거리에서 산타할아버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을까?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작은 꿈과 희망들이 그 시절 나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밝고 따뜻하게 유지했던 것 같다. 그때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나는 산타가 있다고 믿었으니 말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로 없을까?.. 만약 산타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아이들이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는 순수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보이는 것만이 전부 정답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우리 인류의 삶을 지탱하고 보이지 않는 꿈과 희망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도 채 안 남은 나의 마지막 29살, 나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 

보이는 것만을 믿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쟁취해내지 못한다. 부디 보이는 것만을 믿는 사람들로 인해 산타할아버지의 봉사정신이 사라지지 않기를.. 그리고 올해에는 주위에 좀 더 많은 캐럴이 들리기를.. 


오늘의 제목은 별 뜻 없이 그냥 자카란다가 너무 예뻐서..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들이 화사한 행복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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