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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Apr 10. 2023

기업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내가 경험한 기업이 추락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하여

최근 회사를 다니면서 기업이 쇠퇴하는 과정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직접 다니면서 느꼈던 과정들을 설명해보려 한다. 


나는 하나투어를 다니다가 그 질병 사건이 터지기 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퇴사했지만, 내 생각에 하나투어가 직격탄을
맞으며 쇠퇴하게 된 계기에는 아래 사유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질병이 유행하기 전 당시 면세점, 브랜드 호텔을 건설하며 재정적 지출이 많이 발생하였다. 

이미 호텔을 짓는다고 막대한 재정을 사용한 상황에서

추가로 면세점 사업까지 진출했으니 

면세점을 통한 기대 매출은 꽤 높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면세점에 비해서 큰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었고,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에 비해 

그렇게 독보적인 실적을 못 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낮은 월급을 받으며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었고,
주력인 해외여행의 경우 


아고다, 트립닷컴, 부킹닷컴, 마이리얼트립 등을 통해
OTA를 활용한 개별여행객들이 많아지는 추세였다. 


하나투어도 위기를 느끼고 자유여행 분야를 키워보고자 노력했지만,
주도권 잡기에는 큰 재미를 못 본듯하였다.

참고로 내가 그때 당시 주변 동료들로부터 나처럼 마이리얼트립이나
KKDAY를 통해 개별여행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 상황에 그 질병이 유행하게 되었고,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자 급하게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대량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 


이로부터 고임금을 받는 임원들이나 크게 실적을 못 내는
직원들을 위주로 정리해고를 하게 되며 회사의 규모는 급속도로 줄어들게 되었다. 

사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질병이 아니었더라도 
사업 다각화로 인한 재정지출과 저임금으로 직원들을 부리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회사의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야놀자를 다니면서 하나투어의 모습과 닮은 부분을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야놀자에서는 타운홀을 진행하며, 상시 원격근무라는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직원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게 되었다. 


사유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생산성 증진을 위한다는 명목인데, 

사실 현재 전체적인 기업들의 상시 원격근무 제도 폐지를 보면서 이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야놀자클라우드를 중동지역 여행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트러스테이 같은 사업으로 부동산 관리 시스템을 수출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매출을 내야 하는 모텔이나 호텔 분야는 여기 어때에 많이 따라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만 봐도 여기어때의 마케팅 수준은 정말 남다르다. 

웬만한 인플루언서들을 다 모아놓고 광고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피식 대학이라는 채널에서도 

여기어때 PPL이 등장하는 걸 보면 확실히 고객들이 어떤 광고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요소라고 하면 야놀자가 이번에 인터파크 인수에 성공한 것인데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업단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업주들에게
경쟁사와의 비교를 많이 당하곤 하는데, 


경쟁사 신규 업장 혜택에 비해 야놀자가 부진하다 보니
경쟁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주력 사업에만 매달리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리스크를 안고 가서라도 사업을 확장하는 게 맞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처럼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는 것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야놀자의 이수진 회장님을 사실 조금은 존경한다. 

모텔 청소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기업을 일궈낸 사람이지 않는가. 


어느 기업을 봐도 CEO의 최종학력이 전문대졸인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도 어렵다. 

(어느 직원들은 이것이 야놀자가 망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얘기하곤 한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경쟁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고 죽을 것인지 

그래도 야놀자 직원으로서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희망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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