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갑자기 며칠 전 여자친구가 생활기록부를 보자고 했다.
요즘에는 매우 간편하게 발급이 가능해서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나도 어린 시절이 궁금해져서 발급을 받아보았다.
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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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4
5
6
6
6
6이 세 번이나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 이게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어머니로 인해 6학년에 세 번이나 학교를 옮겨 다녔던 게 생각이 났다.
13년이나 염리동에서 거주를 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조금이라도 어머니가 공기 좋은 곳에서 계시길 바랐던 아버지는 집을 수원으로 급하게 옮기셨다.
나는 당연히 적응을 못했고, 서울에서 온 깍쟁이가 되어 왕따를 당했다.
그러다가 또 몇 개월 후에 정릉이라는 곳에 이사를 가게 되었고 거기서 졸업을 하게 되었다.
특기 또는 흥미 : 글쓰기
진로 희망 학생 : 의사 / 부모 : 의사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계셨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매 맞는 게 일상이어서
오늘은 또 무슨 잘못으로 맞을지 걱정하느라 모든 선생님이 다 무서웠다. 물론 내가 개구쟁이라 말 안 들어서 맞는 경우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국어선생님이 그 당시 내가 쓴 시에 대해서 극찬을 하시면서 나를 무릎 위에 앉히시고 학급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그렇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 "글 쓰는 게 좋다", "글을 쓰면 칭찬받는다"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6학년 때까지는 특기 또는 흥미가 글쓰기였고, 공룡을 좋아해서 워드프로세서에 공룡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고, 그렇게 허망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는 막연하게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웃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종하며 예절이 바름.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아버지가 나를 청학동에 보내셨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어머니를 떠나 청학동에 있는 게 몹시 힘들었고, 추운 날 찬물로 샤워를 하고 야채만 주는 곳에서 매일 논어와 소학을 외우게 하는 그곳이 너무 싫었다. 추운 날 꽁꽁 얼어있는 발바닥을 매로 맞으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학동 과정을 모두 마치자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예의 있고 얌전한 모습으로 대할 수 있는데 얼마 안돼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청학동에 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시절은 온통 어머니의 자취가 묻어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느꼈던 슬픔과
글쓰기를 통해서 위로를 얻고 싶었던 내가 있었다.
결국, 글쓰기는 내 정체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