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만들고, 그 일이 왜 중요한가
피터 콘(Peter Korn)이 쓴 「장인의 공부」라는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저자가 목공예가였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영역이었지만 손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가구라는 물건으로 표현해내는 목공예가 궁금했다. 그러한 활동을 직접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목공예라는 수단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 자체에 대해 그저 알고 싶었다.
「장인의 공부」에는 피터 콘이라는 사람이 목공예에 헌신함으로써 얻어낸 그만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리고 그가 목공예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얻어왔는지를 자전적 서술로 그려낸다.
사람은 창조적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만족을 느낀다. 이 활동을 통해 내가 한때 어렴풋이 열망했던 근본적인 자기 변화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만족은 세속적인 본성을 지닌 우리 영혼의 구미와 잘 맞는다.
그는 나에게 깨달음이 주는 넓은 시야를 얻고 싶다면 평범함에서 아주 조금만 벗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좋은 삶을 여는 열쇠가 단순히 더 많은 양이 아니라 높은 질을 추구하는 노력에 있다고 보았다.
삶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 "의사여, 자신을 치유하라!"라는 니체의 말처럼 다른 사람을 돕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내 삶을 잘 살 수 있을지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내가 꼽은 공예 여정의 시작점이다.
성인기에 접어들 무렵에야 삶이란 계속해서 변하고 무언가가 되어 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나는 마술사나 신처럼 생각을 물질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는 특권 그 이상의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목공을 하면 지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무를 자르는 간단한 작업도 지성과 손기술과 인성을 조화롭게 하며,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데카르트의 인위적인 이분법을 넘어서게 해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발견, 구현, 소통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깨달았다. 이 요소들은 창조적인 작업의 핵심 구조를 형성하는 듯하다.
물건은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는 가구를 만들 때는 사물로 생각하고 글을 쓸 때는 단어로 생각한다. 두 방법 모두 세상과 소통하는 강력한 도구다.
결론적으로 창조적 작업, 특히 공예의 물성이 제작자와 응답자 모두에게 만족, 의미, 정체성을 부여하는 원천이 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는 만큼 물질과 사물로도 생각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물질과 사물로 생각하는 비중이 더 높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자아와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 문장이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 지난 십 년 동안 내 목표가 특정 가치를 표방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순간 그동안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오히려 내 안에서 이와 같은 자질을 기르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정신 지도란 내가 세상에서 지각하는 것과 그것이 연결되는 방식 그리고 만사가 왜 그러한지에 대한 이해가 얼기설기 얽힌 총합이다.
이 행성에 사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욕망뿐 아니라 목표, 전략과 전술, 정체성과 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 그리고 규범적이거나 일탈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고도로 복잡한 정신 지도를 해석하고 선택하며 삶을 탐험한다.
나는 경험을 통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존재가 되는 것, 즉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은 삶의 근원이라는 점을 배웠다.
창조적 작업은 우리의 삶을 단지 이를 실천하지 않을 때보다 의미와 성취감으로 더 풍요롭게 할 뿐이다.
제작자이자 창조자로서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자신의 여정을 걷게 된다. 삶을 지배하는 창조적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지만 저주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열정을 내가 아는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도서정보 : 장인의 공부(피터 콘 지음/원성완 옮김/도서출판 유유/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