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꼭 글을 쓰면 좋겠어
사실
글을 쓰기로, 무려 14년 만에 마음을 먹고
몇 자 적기 시작하는 지금까지도,
대체 그 이유가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글을 써보라> 던 사람들이 참 많았다.
- 어떤 콘텐츠로 써야 될까?
- 어떤 플랫폼에 써야 하는가?
- 나는 무엇에 해박한가?
- 나의 어떤 경험이 독특한가?
- 무엇보다, 누가 읽어줄 것인가??..?
타깃이 없으니 글의 목적도 방향성도 도무지 잡히질 않았다.
- 나를 '나'라고 칭해야 할지 '저'라고 칭해야 할지,
- 일단 시작하면 자유롭게 써보고 싶은 갈망이 있기에 금융실명제처럼 여기다 버젓이 내 이름을 쓰고 싶지는 않고.. 누구 아는 사람이 들어오면 어쩔까 걱정도 되고....
- 필명이란 뭔가 여성여성스러우면서도 배운 여자 느낌도 조금 났으면 좋겠고, 기억도 잘 되면서 입에도 착 붙지만 고급스러운 어휘로 구성된 한 두 단위의 명사 단어. 그런 이름이 뭘까? (시험공부한다고 책상 정리하다 밤새고 지쳐 주무실 기세)
- 게다가 요즘은 긴 글보다는 찰떡같은 한·두 장의 이미지 위에 살짝 곁들여진 초코시럽 같은, 아주 짧은 글을 소비하는 트렌드인데. 나에게 그런 감각이 있는가?
아무 이미지나 가져다 썼다가 소송이나 안 당하면 다행.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염려와 자신 없음으로 무장한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될 이유'는 내게 차고 넘쳤다.
그러던 차에
ㅡ
"늬들 싸이월드 알아? 옛날에 싸이월드에 '니기미'라고 있었어." 하며 시작하는, Korea Grandma 박막례 할머니의 영상을 보게 된다.
쌀국수, 평양냉면, 파스타, 버블티, 찜질방 음식 등 흔한? 음식도 처음 드셔보시는 할머니의 일상과, 손녀딸과 여행 가서 하늘을 나는 도전을 하시는 할머니, 디자인의 ㄷ도 배워본 적이 없으시지만 직접 핸드드로잉으로 스케치해서 (꼭 닫고 들어가신 할머니의 방 안에선 그날 밤새 얼마나 많은 한숨과 눈물과 헛웃음을 지으셨을까 뭉클하다)
속옷 디자이너에 도전하시는 이야기..
나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어느 멋진 할머니의 도전을 사랑하고 응원했고 그렇게 할머니는 내 맘속으로 들어와 나의 뮤즈가 되어주셨다.
나도 저런 할머니가 될 테다.
꼭 그리 되고 싶다!
꿈을 이루기에 마흔은 딱 조흔 나이거든.
가슴이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