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내 삶의 엄청난 영향을 끼친 부분이라 조심스럽게 언급해 본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할 피해갈 수 없는 단어이지만 누구도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단어
나에게 이 단어가 몸으로 와닿은 시기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군대에 있을 때이다.
내가 중학교때 작은할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적이 있었다.
어릴적부터 나를 이뻐하셨던 분이시라 슬프긴 하였는데 이상하게 그때 병원을 가며 들은 생각은 "눈물이 나지 않으면 어떻하지?" 였다.
그만큼 몸으로 크게 와닿치 않았던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은 내 첫 휴가때 다가왔다.
임관하고 훈련을 받고 처음나온 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을 한잔 기울이고 있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걸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말하라고 했고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띄웠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알고 친하게 지낸 동생이 심장마비로 얼마전에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호주로 유학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심장마비라니.. 술을 한잔 해서 그런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말만 내뱉으며 언제까지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의 목소리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술마시는 내내 아른거렸다.
그리고 8개월 후 두번째 지인의 죽음을 맞이했다.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 온 친척형은 동네가 알아주는 강골이었다. 워낙 튼튼해서 어릴적부터 몸이 크지않은 나를 놀리곤 하였다. 내가 고등학교시절 형은 군대를 갔었고 전역 3개월전부터 이상하게 다리가 저리고 아퍼서 휴가나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딱히 원인을 알지못해 물리치료만 받는다고 했었다. 그렇게 3개월 후 형은 전역을 했고 몸이 낫지않아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본다고 했다. 그리곤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백혈병' 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6개월간 고생끝에 본인과 맞는 골수를 찾아 이식받았고 워낙 건강한 체질이었던 형은 결국 이겨내고 정상생활을 하였다. 병원에서 3년간만 재발하지 않으면 한고비를 넘기고 아마 크게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했다.
그렇게 형은 공무원 준비를 해서 공무원도 합격하고 건강히 잘지내고 있었는데 정확히 3년째에 병이 재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군대에 간지 8개월째 되는 11월에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였다.
내 가까운이의 두번째 죽음 이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봄이 오기 시작할 무렵 세번째 비보를 들었다.
2년간 동거동락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기도 한 ROTC 동기의 사고소식 이었다.
휴가를 나와 서울에 있던 나는 사단에 있는 동기에게 전화를 받았고 안좋은 소식이 지금 전달되었는데 확실하진 않으니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몇분 후 다시 연락이 왔고 안좋은 소식이 사실이 되었다.
이 사고는 나에게 적잖히 충격이었다. 이미 몇개월 사이 두번의 꽃다운 청춘을 잃은 슬픔을 겪었는데 동기의 사고 소식은 나에게 죽음 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와닿게 한 사건이었다.
나는 바로 동기의 부대로 향했고 부대 옆 간이장례식장 한켠에 동기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나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이제 힘든 소위생활을 마치고 중위 진급을 몇일 앞둔 시점에 군생활이 이제 좀 적응되어가고 있을때 사고라니..
우리 동기들은 3일 밤낮을 그의 곁을 지켰고 마지막에 우리 손으로 친구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부대복귀후 2주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고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음이란 멀리있는 것이 아니구나 몸으로 느껴지며 소름이 돋았고 무서웠다.
그리고 정확히 한달 후
또 하나의 소식이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이제 임관한 학군단 1년 후배의 구보 중 호흡곤란으로 인한 사고.
1년간 새벽 6시에 모여 10Km씩 함께 뛰었던 친구이다. 그런 친구가 구보 중 호흡곤란이라니..
사실 이 소식을 들었을땐 나는 아직 동기의 사고로 정상이 아니였을때 였고, 마치 게임캐릭터가 죽듯이 이상하게 슬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영화처럼 세상에 종말이 오는 것 같았다.
그 중간에도 교통사고로 부대앞에서 하늘로 떠난 동기.
관사 위병소에서의 한 병사의 죽음.
이렇게 군생활중 1년반이란 기간 동안 아직 어린 청춘들의 죽음을 6번동안 지켜보았고, 죽음 이란 단어는 멀리있는 것이 아닌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사람은 왜 태어났으며 어떤 이유로 살아가는 것일까? 라는 원론적인 궁금증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전역 후에 일주일만에 배낭하나 달랑 매고 스페인의 800km 여정의 도보여행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로 떠났다.
그리고 나에겐 한가지 좌우명이 생겼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오늘을 살자
지금도 미사를 보러가서 첫 번째 기도로 위의 친구들의 평안을 기도 드립니다.
다들 잘지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