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Oct 14. 2021

#36 화를 돋구려는 행동

이것은 마치 일부러 화를 돋구려는 행동 같다.

단순히 관심 끌려는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치다.

9월 말 부터 콩이에게 이상한 행동이 2가지 나타났다.


침 뱉어내기


입에 침을 잔뜩 모은 후 뱉어낸다.

퉤 하고 뱉는 법을 아직 몰라 쭈욱 흘리듯 침을 떨어뜨린다.

베개에 잔뜩 침을 흘려놓고

"아빠~ 나 베개에 침 뱉었어. 얼른 봐봐."

확인하고 나서 뭐라고 하면

"아빠~ 화 났지?"


매주 월요일에 가는 인지치료 시간에는 일부러 보란듯이 마스크가 흠뻑 젖도록 침을 흘려댔다.

책상에도 잔뜩 침을 뱉어대길래 치료사는 그걸로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콩이 등하원과 발달센터 왕복을 도와주시는 활동보조 이모님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

차 안에서 침을 모아 여기저기 뱉어놓는다.

몰래 그러는 것이 아니고 침을 흘려놓고는 반드시 확인을 시킨다.

그런 행동은 차에서 내릴 때 극대화된다고 한다.


괴상한 소리 지르기


1달전쯤인가 어느 때 부터 콩이는 싫은 기억이 떠오른 사람처럼 가끔씩 무서움 섞인 짧은 고함을 질렀었다.

왜 그러냐고 몇번 조용히 물어보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했다.

물론 콩이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유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아빠가 작은 소리로든 큰 소리로든 물어보면

"나 잘래 ㅠㅠ" 이런식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행동이 아닌 음성으로 나타나는 틱 증상인 것 같다.


아빠가 몇번 반응하자 무서움 섞인 고함은 없어졌다.

그런데 그 고함소리 대신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 역시 9월 말 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 괴성은 누가 들어도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누가 들어도 순간적으로 화가 확 올라오는 그런 소리이다.

1초 정도의 괴성을 연이어 여러 차례 발사한다.

엉덩이도 때리고 혼내기를 여러번..

효과는 그 때 뿐이다.

다시 괴성을 지르고 묻는다.

"아빠 화났어?"

"화 안났는데"

"악! 악! 악!" 다시 괴성이다.

"아빠 화났지?"

화가 났다고 하면 멈추고, 화가 안났다고 하면 더 소리높여 괴성을 지른다.

처음에 나타났던 틱 증상에 의도적인 화 돋구기가 더해졌다.


인지치료사, 작업치료사, 활동보조 이모님 에게도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침 뱉어내기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별도로 각각 나타나기도 한다.

잠깐하고 끝나는 행동이 아니다.

모두를 참을성의 한계까지 몰아붙여 놨다.


어제 저녁 항상 밝은 모습인 활동보조 이모님이 화를 누르는 모습으로 콩이를 인계해 주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고 하니

침을 잔뜩 뱉고,

안경을 벗어 던지고,

양말과 신발을 내던지고,

괴성을 지르고...

한바탕 난동을 부린 모양이다.

난동이야 가끔씩 있던 일이지만 그 정도가 컸던 것 같다.




이것도 퇴행 같은 건가.

이러한 행동과 더불어 콩이는 집에 있는 스위치들을 다 건드리고 다닌다.

전등을 다 켜 놓고,

보일러 버튼을 이것저것 다 눌러 놓고..

호기심이 폭발한 모습이기도 하고,

침 뱉어내기, 괴성 지르기와 함께 화를 돋구려는 행동으로 보일 때도 있다.


어제 밤은 콩이의 이런 행동들에 너무 힘들어서

아내에게 농담 80% 진담 20% 콩이를 어디 멀리 데려가서 버리고 올까 하고 물었다.

아내가 눈 감고 모른 채 하면 차 타고 멀리 가서 콩이를 버려두고 오겠다 말했다.


사실 엄마 아빠에게 괴성 지르기는 처음보다  빈도가 줄긴했다.

무시하고 받아주고 무시하고 받아주고를 반복한 결과이다.

오늘 아침까지는 그렇다.

언제 바뀔지는 모른다.

침 뱉는 행동은 점점 심해진다.

베개, 이불, 소파 곳곳에 침을 뱉어 놓고

장난감 공 여러곳에 침을 잔뜩 발라 놓는다.

보란듯이 그러기도 하고, 남의 시선에 관계없이 그러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점점 강도가 심해진다.

발달센터 수업 몇 개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했다.

걱정이 크다.

제 자식도 아닌 녀석에게 다른 사람들이 참고 또 참아줄리 없다.


콩이의 퇴행의 기록, 문제 행동의 기록을 더 정리해 봐야 겠다.

패턴이 있는건가.

주기가 있는건가.

일부만 틱 증상이고 나머지는 다른 증상인지

모두가 다 틱의 일종인지 잘 모르겠다.


틱 이라고 해보자.

치료법이 뭔가.

발달센터 수업은 충분히 하고 있다.

결국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

작은 소아정신과인데도 진료 예약에 1달, 검사에 1달, 처방까지 또 2주.. 

참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