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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아빠 Jul 23. 2022

#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1

김방구입니다

대안학교 입학이 물건너 가고 콩이는 집 근처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물론 일반반으로 가지는 못하였다.

특수반과 일반반에 동시에 소속되어 수업에 따라 양 교실을 이동한다.

작년에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였었는데

몇년전에 이미 장애등록을 하였었는터라 특수교육대상자에 선정되는 과정은 별도의 검사없이 간단했다.

콩이는 1학년 3반 4번인 동시에 밀알1반 구성원으로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국어와 수학시간에는 특수반에 와서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원래 반에 돌아가서 수업에 참여한다.

콩이는 초등 1학년 1학기 수준의 국어와 수학은 꽤 잘 이해하는 편이라

처음에는 특수반에 가지 않고 일반반에만 있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보통 완전통합이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두 반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일정한 루틴을 중시하는 콩이에게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업의 이해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과 1:1로 공부를 할때는 어려움 없이 잘 이해하는데

여러 친구들 속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오롯이 제 녀석만을 위한 것이 아닌 반의 모든 아이들을 향하는 선생님의 말씀들은

그저 주변의 여러가지 소리 중 일부일 뿐인 듯했다.

굳이 귀 귀울여 들을 필요를 못 느꼈다.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도 없어졌다.

착석이 전혀 안되기 시작했다.

결국 국어와 수학시간에는 특수반으로 가는 방식으로 회귀하였다.




국어 수학 외에 다른 시간이라 해서 착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안전한 생활 시간의 일부 활동 외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수업시간이라해도 그냥 교실 책장 앞에 가서 책을 꺼내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철퍼덕 앉아서 읽는다.


수업이 진행 중인데 뭔가가 궁금해지거나 말을 하고 싶어지면

평소 친근감있게 대해 주는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한다.

"보연아, 안전한 생활 선생님 언제 와?"

"재인아, 보연이 어딨어?"


머리 어깨 무릎 발 이야기가 나오자

바닥에 앉아 책을 읽던 콩이가 노래하면서 춤을 춘다.

몇몇 아이들이 웃으며 신나서 동참한다.


갑자기 물을 마시러, 화장실을 가러 문을 벌컥 열고 나간다.

별 이유없이 그저 심심해져서 교실 문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2명의 도우미 친구들, 콩이가 수호천사라고 부르는 보연이랑 재인이가 콩이를 잡으러 따라간다.

콩이는 복도를 달리고 수호천사들도 달려간다.

양 옆에서 콩이를 끼고 교실로 데려온다.

그게 신나는 놀이가 되었다.

제 녀석이 교실을 나가면 친구들이 따라와 양 팔을 잡고 복도를 미끄럼타듯 끌고가 준다.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한다.

결국 선생님은 수호천사 아이들한테 콩이가 나가도 따라가지 말라고 하였다.




콩이는 곧 수업시간에 이탈하여 다른 반 교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에 글씨 읽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각 교실마다 뒷 벽 게시판에 여러가지 게시물들이 붙어있는 걸 발견하고는

1학년 모든 반들을 순회하며 읽기 시작했다.

수업중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선 아이를 보고

선생님들은 당황했지만 반복되는 콩이의 방문에 포기하고 이해하거나 내버려두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는 콩이를 보고

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이 묻는다.

" 넌 누구니", "넌 이름이 뭐니"

"김방구 입니다."

콩이는 아직까지 방구라는 말을 좋아한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아이들이 말을 걸어온다.

"애 알아요. 우리 교실에 와서 자기가 방구래요."

웃프다.


몇주가 지나고 어느날 콩이가 아빠에게 신기한 발견을 한듯 말을 했다.

"아빠, 계단을 올라갔는데 거기에도 교실이 있어."

3학년 1반 칠판에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 써 있고

4학년 2반 게시판에는 생활규칙 1번 2번... 5번이 뭐라 뭐라 써있고..

이 녀석 학교를 탐험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듣는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 교실 곳곳에 읽을 만한 글씨가 쓰여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어떤날은 3학년 5반 선생님이 특수반에 연락해서 콩이를 데려가라 하고,

어떤날은 4학년 언니 2명이 콩이를 특수반에 데려다 준다.

학교내에서 콩이의 소재가 파악 안되기도 하는것 아닌가.

이게 안전한 상황인가.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콩이의 적극적인 학교 탐험은 끝난 듯 했다.

교실에서 이탈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렇다고 1학년 3반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멋대로 바닥에 앉아있고 누워있고 친구에게 말걸고

제 녀석 나름대로 생활방식을 정한 듯 하다.

"아빠, 오늘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누워있지 말래"

"아빠, 애들아 콩이가 수업시간에 돌아다녀도 신경쓰지마 하고 선생님이 그랬다"

그저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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