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Jul 27. 2022

# 자폐스펙트럼 소녀의 초등생활 2

혼자가 좋습니다.

콩이에게 단체생활은 어렵다.

규칙을 달달 외우기는 해도 어느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켜야 하는지를 잘 체감하지 못한다.

사회적 상황속에서 해야 할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허용되는 행동,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입으로는 술술 말하지만 실천할 의지는 별로 없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인내와 도움속에서 어찌어찌 하루하루 지내고 있지만

학교밖에서는 다르다.




남들 다 하는 태권도니 피아노니 줄넘기 같은 것을 배워보라고 학교 앞 학원에 보낸적이 있다.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을 먼저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면 복도 맞은편 태권도 학원 관장님이 데리고 태권도장으로 가는 경로였다.

콩이의 상태를 설명하고 우선 5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피아노가 있는 작은 개별방에서 선생님과 잠시 수업을 하고 대부분은 콩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선생님은 개별방들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피아노 건반도 누르고 책도 보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콩이는 4번의 수업을 버텼다.

여자 사범님의 전담 마크 속에서 태권도장 매트에서 4번의 수업을 보냈다.


5일째가 문제였다.

나름의 방식으로 내부 적응을 마친 후, 학교에서 이 교실 저 교실 탐험하던 기분으로

피아노 학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2층 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선생님한테 잡혀 피아노실로 돌아왔다.

태권도장에도 흥미를 잃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다시 2층 계단을 내려갔다.

역시 다행히도 사범님한테 잡혔다.


5일째 수업이 끝나고 피아노 선생님과 태권도 관장님과 통화를 했다.

학원 안에서만 놀면 어떻게든 해 보겠는데

밖으로 이탈을 시작하니 어쩔수 없겠다 한다.

1:1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콩이에게 더 이상 관심을 기울여 주기는 힘들다 한다.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은 1년 후에게나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첫 학원들이 실패로 끝나고

석달쯤 후에 줄넘기 학원에 도전했다.

콩이가 갔던 태권도 학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음악 줄넘기 학원이 생겼다.

학원에 들어가자 1학년 아이들 4명이 준비운동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아이 중 한명이 콩이를 알은채 했다.

같은 반이라고 한다.

유리막으로 구분된 사무실에서 콩이를 관찰했다.

신나는 음악속에서 준비운동을 따라했다.

딱 1분간만 그랬다.

그 이후로는 음악 줄넘기 학원 탐방

학원 구석구석에서 제 녀석이 흥미있는 물건들을 손대고 글자를 읽고 수업과 무관하게 활동한다.

수업에 방해가 되는지 선생님이 제지해 본다.

"쟤 원래 말 안들어요"

처음에 콩이에게 인사룰 건낸 그 아이가 큰 소리로 선생님에게 알린다.

한참을 실랑이 했으나 드러눞고 안경을 던지고 짜증내는 콩이를 선생님이 감당할 이유는 없었다.

하루만에 줄넘기 학원 실패.




그룹수업은 우선 포기한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놀이치료에 가까운 피아노 수업, 미술 수업, 영어 수업을 방문 수업으로 시작했다.

결국 오전에 학교, 오후에 지역아동센터, 저녁에 집에서 방문선생님과 수업하는 콩이의 하루 일과가 완성되었다.


아이에게 단체내의 규칙과 관행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며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고, 나를 둘러싼 상황을 사회적 틀 안에서 인지하기 힘든 콩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