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니 일도 못하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동안 나는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주변에서는 나보고 항상 말랐다고 했었다.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야식도 자주 하고 다이어트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최근 몇 개월간에는 급속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아마 집에서 하루종일 쏘잉을 하고, 운동은 안하고, 야식은 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나를 매일같이 보니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주변에서 가족들은 하나같이 나보고 살이 쪘다고 난리었다. 특히 엄마와 언니는 나보고 '뚱뚱하다'고 했다. 그 둘이 워낙 마른 체질이기에 과장하고,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일거라고만 치부해왔다. 그러다가 하루는 거울 속 내 팔뚝을 보는데 팔뚝이 평소와 다르게 매우 두꺼운 거다. '어? 내가 운동을 해왔어서 근육이 붙은 건가?' 생각했는데 만져보니 그냥 살이었다.
유독 팔에 살이 안 붙고 뼉다귀만 있는 것 같아서 팔에 살이 좀 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랬더니 정말 무섭게도 팔뚝에 살이 많이, 아주 많이 쪄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가끔 허리에 손을 올리면 바지 위로 볼록 삐져나온 살이 만져지기도 했다. 또, 내가 판매하고 있는 가방 사진을 찍느라 착용샷을 찍으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이 찐 내 모습에 '아니 왜 이렇게 사진을 이상하게 찍었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쏘리)
그래서 최근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내 가방의 착용샷을 찍어주는 모델은 우리 언니였는데 언니가 싱가폴로 돌아가버려서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고 내가 내 가방의 모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렇고 살이 찌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보나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그간 나는 내가 먹을 거에 별 욕심이 없다고 생각해왔으나, 막상 음식을 절제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먹고 싶은 건 그대로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자!라며 아파트 근처에 있는 헬스장을 등록했다. 헬스장에 가니 내 또래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내 또래의 사람들이랑 함께 운동을 하니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되어서 헬스장에는 빠지지 않고 잘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 스타트로 런닝머신을 꼭 3km 뛰었다. (숫자가 오르는 것만 노려보면서 뛰다가 3km가 되는 순간 바로 운동을 끝낸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런닝머신이나, 스템밀을 할 때 똑같이 옆에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하게 경쟁심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옆에 저 사람보다는 더 오래 해야지'라며 애초에 내가 목표로 삼았던 시간을 훨씬 넘게 된다. 결국 스템밀을 레벨 8로 30분을 넘게 올랐고, 벗은 티셔츠에서 난생 처음 보는 나의 등 땀자국을 발견했다. 결국 나는 그 다음날 걷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매우 매우 아팠다.
어떻게 살아야 최대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봤을 때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였다. 경쟁을 하다보면 어떤 때에는 내가 남을 '이길' 수 있지만, 이 비교는 삶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고 항상 이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헬스장에 가도 남과 혼자 경쟁하지 않기로 했다. 정 경쟁하고 싶으면 과거의 나와 경쟁하기로 했다. 한 때 열심히 운동을 하던 과거의 나처럼 열심히 뛰고 계단을 오르며 유산소를 하고, 근육이 튼튼한 여성이 되기 위해 근력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고 활력이 생기는 게 참 좋다.(자주 귀찮긴 하지만) 그럼 이만 운동을 해보러 가야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