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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사라지는 물건들

by 은둘 Feb 18. 2025

지난겨울에 인터넷 쇼핑으로 분명히 샀었다. 그것도 무려 10박스씩이나... 


겨울 동안 부쩍 건조해진 나의 소중한 피부를 위해 팩을 샀었다. 

의욕이 앞서서, 많이 사면 할인률이 높다기에, 어차피 쓸 거니까, 10박스를 다 쓴 후에는 조금은 더 젊어질까 해서, 그리하여 마스크 팩을 무려 10박스를 샀었다. 


의욕처럼 처음에는 부지런히 했다. 뭐 크게 좋아지는 건지 뭔지도 모르겠지만 건조할 때마다 툭 뜯어서 얼굴에 척 올려두곤 했었다. 하지만 뭐든 작심 3일이 몸에 밴 내게 팩을 하는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박스를 다 쓰고 날 때쯤부터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쌓여있는 박스를 보니 괜히 많이 샀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어느 경제학자가 라디오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필품이 싸다고 쟁여놓는 일만큼 미련한 일도 없다고, 어차피 세일은 늘 하는 거니까 집에 쌓아두지 말고 마트에 보관하라고, 그 말이 꼭 내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난 팩을 지인들에게 하나 둘 나누어줬다. 어차피 죽어도 저 10박스를 다 쓰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 나누고 세 박스를 남겨두었다. 아니 남겨 둔 것 같다. 분명 남겨 뒀을 것이다. 왜냐하면 작심 3일의 마음이 다시 들지도 모를 일이니까.... 


 요 근래 계속 이어지는 건조한 날씨에 내 나이 든 피부는 다시 건조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습기로도 해결되지 않는 건조함에 웃을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난 바쁘게 지난겨울에 남겨둔 마스크 팩을 찾았다. 그런데 분명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베란다 창고에 분명히 넣어둔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쪽저쪽 보관할 만한 곳은 모두 뒤졌다. 없다. 난감했다. 

급한 대로 당기는 얼굴에 미스트를 마구 뿌려댄 후 난 휴대폰 손전등까지 켜고 본격적으로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앞에 쌓아둔, 역시나 대량으로 구매한 샴푸와 바디클렌져를 모두 꺼내고 몸을 안으로 들이밀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날짜가 지난 루테인 3박스를 발견했다. 유효기간을 보니 1년 하고도 석 달이 지났다. 또 2년 전쯤 주로 사용했던 물티슈도 4팩이나 나왔다. 다 떨어진 줄 알고 얼마 전 또 샀는데 오래된 세탁세제도 한 봉지 나왔다. 내가 이런 것도 샀었나? 뜯어 쓰는 수세미도 5 롤이 나왔다.

혼자 있을 때 창고를 뒤진 게 다행이다 싶을 만큼 민망하고 어이가 없었다. 헛웃음이 났다.

왜 그렇게 쟁여놓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날짜가 지난 루테인은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


얼마 전 서점에 들러 책을 하나 샀다. 그 책을 모두 읽고 책꽂이에 꽂으려고 하는 내 눈에 책꽂이에 이미 똑같은 책이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 있는 책을 또 산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 난 난 그 책으로 내 머리를 때렸다.


결국 팩은 못 찾았다. 확실히 집안에는 없다. 다 사용했거나, 혹은 다 나눴던가.

어디 팩이 좋은지 쇼핑이나 해볼까. 이번에는 딱 세 박스만 사야겠다. 진짜다. 

그런데 열 박스가 많이 싸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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