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났다.
배가 많이 고팠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입 가득 욱여넣었던 상추쌈이 그렇게 맛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밥을 먹는다는 기계적인 행동으로 생각 없이 먹다가 어금니로 혀를 씹고 말았다. 꾹!
순간 뾰족한 돌덩이로 혀를 내리찍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도 살짝 보였던 것 같다.) 너무나 아파 눈물이 핑 돌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오래전 경험했던 산고의 고통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고통이었다.
숨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은 채 그저 내 온몸의 감각세포를 지배하고 있는 고통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내 그런 모습에 남편이 옆에서 물었다.
“왜? 혀 씹었어?”
난 대답도 못하고 눈을 꾹 감았다. 남편이 다시 말한다.
“어휴, 뭐가 그렇게 맛있었어요?”
“........”
“천천히 먹어요. 안 뺏어먹어요.”
고통에 숨도 내뱉지 못한 채 견디고 있는 내 귓가에 남편의 쉼 없는 깐족이 날아든다.
"괜찮아?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그동안 씹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사실 밥 먹다가 혀를 잘 씹는 편이다.) 너무 심하게 씹었다. 내 머릿속에는 혀가 반쯤 잘려 피가 철철 나는 모습이 상상됐다. 지금 꽉 다물고 있는 입안으로 피가 점점 고이고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고통은 오래가시지 않고 혀에 머물러서 내 숨통을 막고 있었다.
이래서 옛날 어른들이 '혀 깨물고 죽는다'는 표현을 했었나 보다.
여전히 가시지 않는 고통에 남편의 쉼 없는 깐족이 더해지니 점점 화가 나면서 심장이 벌렁대기 시작했다.
난 눈을 꼭 감고 입을 꽉 다문 채 속으로 말했다.
'제발 부탁이니 그 입 다물라.'
이 말이 남편에게 들릴 리 없다.
"얼마나 맛있길래 혀를 다 깨무냐? 너 지금 우는 거 아니지?"
때로 우리는 입을 닫아야 할 때가 있다.
상대가 바라지 않는데 내뱉고 마는 충고가 그렇고, 어쩌다 하는 실수에 대한 핀잔이 그렇다.
지갑은 열지 않고 내뱉는 지자랑이 그렇고, 전후사정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험담이 그렇다.
그리고 마누라 기분 상태 파악 못하고 내뱉는 깐족이 특히 그렇다.
이참에 혀를 깨물면 정말 죽을 수도 있는지 찾아봤다.
혀를 깨물어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메커니즘은 보통 3가지라고 한다.
1. 과다출혈로 죽는다.
2. 고통으로 쇼크사한다.
3. 혀를 통제하는 신경이 끊어져 혀가 기도로 말려들어가 질식사한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의학적인 근거가 없고 실증할 만한 사례도 없다고 하니 믿을만한 건 아닌가 보다.
그렇지만 난 이번에 뼈저리게 실감했다. 혀 깨물고 고통으로 쇼크사는 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음에 감사한다.
거울을 향해 '아'하고 입을 벌려봤다. 다행히 혀가 잘리진 않았지만 혀도 멍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거무스름한 멍이 혀 한쪽에 자리 잡았다.
이제 남편에게 참 교육을 하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