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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15. 2021

[210310] 돈가스 아닌 돈까스한 하루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같은 별 것 아닌 메시지라도 필요한 수요일 아침

점심은 돈가스다. 이름하야 뽀모도로 돈가스. 돈가스 전문점에 갔더니 '그냥' 돈가스, 치즈돈가스부터 시그니처 메뉴라는 이름이 붙은 뽀모도로 돈가스, 크림 돈가스, 스파이시 칠리 돈가스 등 돈가스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돈가스는 어릴 적 가장 선호했던 외식메뉴이자 엄마가 특별한 날 집에서 만들어 주던 귀한 요리다. 치즈나 고구마 같은 걸 넣는 멋을 부리지 않아도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그 자체로 완벽한 식사다. 사실 맞춤법으로는 돈가스가 맞지만 '돈까스'가 아닌 돈가스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이 맛 없어 보이는 것과 같은 논리다. 


가끔은 소스를 따로 찍어 먹는 일본식 돈카츄나 얇게 튀겨낸 슈니첼도 좋지만 내게 돈가스는 역시나 소스를 듬뿍 올린 기본 왕 돈가스다. 다만 왕 돈가스가 가장 좋다는 경험치가 있어도 가끔은 치즈돈가스 같은 메뉴에 손이 간다. 게중에 시그니처라는 말이 붙어버리면 마음이 흔들리는데 역시나 시그니처 중에 골랐다. 뽀모도로(pomodoro)라는 단어처럼 토마토를 끼얹은 돈가스다.


내 기준에서 사실 돈가스는 웬만큼 맛이 없기가 어렵지만, 웬만해선 남기지 않고 먹기도 쉽지가 않다. 튀긴 음식이기에 금세 느끼함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이 느끼함을 잡아줄 소스라거나 밑반찬이라거나 국물이라거나 기타 등등의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뽀모도로 돈가스는 이 뽀모도로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한다. 덕분에 저녁도 스킵할 수 있었다. 


돈까스로 꽉 찬 하루다. 

아, 그래서 저녁은 결혼답례품으로 받은 호두과자 3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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