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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흥 Jan 14. 2016

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형, 안녕.

오늘은 책 얘기를 잠깐 하려고 해. 작년 12월에 페이스북 그룹에서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라는 노르웨이의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어. 한길사에서 그의 자화상 같은 소설 『나의 투쟁』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그의 사진을 처음 보았어. 그의 이마에는 서해의 갯벌에 남겨진 썰물의 발자국 같은 주름이 육군 상사 계급장처럼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어. 강렬한 그의 눈빛은 거칠어 보이는 머리카락과 아주 잘 어울렸어. 적당히 기른 수염은 작가적 이미지를 충분히 발산하고 있었고 다른 사진에서 본 미소는 소년처럼 풋풋하게까지 느껴졌어. 외모도 참 매력적인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언뜻 보았을 땐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세 살 어리더라구. 얼굴에 주름이 많은 사람 치고 평범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도 예외는 아닌 거 같아.

그는 매일 글을 쓰고, 담배를 피운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가끔 느끼는데 그 욕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글을 쓴대. 그래서인지 1998년 첫 소설의 제목이 『세상 밖으로』더라구. 그 첫 소설로 노르웨이 문예 비평상을 받았대. 2004년에 두 번째 소설 『어떤 일이든 때가 있다』도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해. 이 세 번째 소설

『나의 투쟁』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변하게 되는데, 작가로서 큰, 아주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거야. 2009 년부터 2011년까지 총 6권, 3,622쪽에 달하는 대작인 이 『나의 투쟁』 은 총인구 500만 명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거야. 정말 놀랍지? 2009년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받은 후 이 『나의 투쟁』은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속속 번역되었고 이번에 한국에 상륙하게 된 거야.  봄쯤엔 크나우스고르가 한국에 방문한다는 것 같아. 2015년 월 스트리트 저널 매거진은 크나우스고르를 '문학 이노베이터'로 선정했대. 그의 문체를 기대하게 만드는 수상 이력이지.


예약 주문 한 지 20일 만인 어제 『나의 투쟁 1』을 받았는데 책 분량이 자그마치 675쪽이나 돼. 이런 두께의 책 5권이 '나의 투쟁 2,3,4,5,6'으로 더 발간될 테니 앞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매력남과 긴 동거를 하게 될 거야. 나로서는 약간의 경제적 지출로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의 삶을 투명하게(그의 고백대로라면) 들여다볼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거지.


나는 완전히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일종의 고백처럼.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모든 비밀을 말했다.

그가 이 책을 쓰고 나서 한 말이래. '비밀'을 말했다는 대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과연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할 때 비밀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어제 눈이 내렸는데 눈이 허공에서 흩날리는 순간에도, 땅에 떨어져 쌓인 후에도 다가서는 먼지를 거부하지 못하고 품어버리잖아, 눈은.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 순백색의 글이라 해도 글을 쓰는 동안 어느 정도 먼지는 묻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 사람이 말한 '비밀'이란 것.  나이 50이 다 되도록 가슴 깊이 꿍처놓았던 비밀을 말했다는 건 꽤 기대가 돼. 비밀 안에는 자신이 감추고 싶은 것도 꽤 있었을 테니까. 자서전 쓰는 사람 치고 그런 사람은 없잖아. 가능한 한 자신을 높이려 하고 포장하려 하잖아.

'비밀'을 말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한 크나우스고르. 멋지지?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 집중해서 읽어야겠어, 그런데 호기심에 첫 장을 펼쳤는데... 첫 문장부터 너무도 괜찮더라구!

첫 단어가 '심장'이라니!  형도 내가 얼마나 이 책에 대한 기대가 큰 지 알겠지?


심장의 삶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힘이 다할 때까지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다 멈추어버리면 되니까.


아무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크나우스고르 이야기를 형에게 몇 번 더 할 것 같아. 형도 기대되지? 같이 기대해 보기로 해...


2016년 1월 14일. 형의 사랑하는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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