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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x Aug 27. 2020

'레퍼런스'라는 것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봐. 갖다 베낀거잖아.

 많은 디자이너가 혹은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영감이라는 것들이 사실 레퍼런스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러면 그 레퍼런스라는 것은 단어의 뜻 그대로 언급 수준의 개념인가.



 이미지보드 혹은 무드 보드라고 하는 이미지 모음들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인 분야에서도 으레 쓰인다. 디자이닝 초반에 비주얼적인 캐릭터를 잡거나 설명하기 난해한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흔히 쓰인다.

 그러면 '레퍼런스'로 쓰인 이미지들의 요소들은 과연 얼마나 가공되어 작업물에 반영되나. 혹은 가공이라는 과정을 거치긴 거치는가. 디자이너 개인은 얼마나 양심적으로 이것은 본인의 독자적인 발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패러디와 오마쥬 그리고 표절의 경계는 매우 애매하여 누구 하나 똑 부러지게 선을 그을 수가 없다. 창작성을 동반한 모든 것에 '어디서 본 듯한' 의구심이 든다면 그것이 패러디, 오마쥬, 표절 중 어느 것인지에 대해 온갖 해석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참고'와 '카피' 사이를 오고 가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윤리는 얼마나 개입하나. 혹은 의도치 않은 '카피'의 누명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나. 정말 우연히도 찾아온 '저거 내가 그렸는데 똑같은 게 시장에 나왔네?'의 상황에서 나는 내 디자인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가.


 이 모든 의문들은 과연 내 디자인은 디자이닝 초기에 내가 내세운 '레퍼런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대한 나열이다. 레퍼런스 이미지들의 요소요소를 짜집기식으로 디자인하는 건 단순히 디자이너 개인의 양심에 맡길 일이다. 양심을 버릴수록 디자인은 쉬워지고 수명은 짧아진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저 의문들이 아직도 깨끗이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new design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레퍼런스를 위한 이미지를 뒤적거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예전 디자인보다 더 나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없기에 '영감'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늘 조심스러워진다.

 10년이 넘게 이 바닥에 붙어 있지만 아직 디자인이 어려운 걸 보면 수명이 조금은 더 남았나 보다. 스스로가 조금 더 양심적인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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