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르다 서점일기 #57 노을
아멜리에와 일본 여행을 자주 떠났다. 도쿄를 비롯한 오사카와 교토에는 평소 우리가 꿈꾸던 비전을 비즈니스로 실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단순한 서비스업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사람을 만나며 영감을 주고받고 지역 사회를 위해 고민한다. 대화를 나누지 못했더라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라서 누군가에게 이런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니냐고 타박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재밌는 사례들이 종종 나온다. 가끔씩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아직 실현하지 못한 꿈 앞에서도 큰 위로를 받는다. 개인의 삶과 회사의 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정이라 믿어 일본 여행을 줄곧 떠났던 것 같다.
이전에 구성원을 섭외할 때,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도쿄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여행에서 풀어냈다. 긴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만, 각자의 삶에 대해 자세히 나눌 수 있어 좋다. 일을 하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어떤 꿈을 꾸고 사는지가 궁금한데 그것만큼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도쿄 시부야의 화려한 불빛과 도쿄 타워의 단정한 불빛, 카나가와에서 봤던 저녁노을이 생각났다. 여행을 다녀온 지 몇 해가 지나지 않았는데,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일하는 공간과 분위기, 만나는 사람들의 행태가 달라졌고 자주 만나던 사람들도 다 사라졌다. 팬데믹까지 찾아온 탓에 자꾸만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된다. 넋 놓고 바라보던 저녁노을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오랜 시간 기억되는 공간과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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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생을 결정하는 극적인 순간은 놀라울 정도로 사소하다.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삶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히 일어난다. 그리고 이 멋진 고요함 속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저, 들녘
"간혹 나무를 바라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나무가 죽으면 잎새는 다 죽는다. 세계이므로, 풀잎 하나 지면 나무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러나 나무가 죽으면 풀잎은 다 같이 죽는다. 제 몸 하나 매달린 것보다야 매달린 것이 많은 삶이 더 고단하다. 인간도 그와 같아 저를 깊이 끌어 쓰는 사람이 있고, 그 물을 빨아 마시며 사는 사람이 있다. 나무 같은 사람이 있고, 이파리 같은 사람이 있다. 매달린 것이 많아 고된 삶을 사는 동안에도 꼭 뿌리는, 지켰으면 한다. 세계이므로,”
『리타의 정원』 안리타, 디자인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