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의 구단주를 꿈꾸며, 서점과 축구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황인범 선수는 왜 분데스리가가 아닌 MLS를 택했을까?
그의 유럽행 이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벤피카와 도르트문트를 비롯해 VfL 보훔, 함부르크, 브레멘 등 꽤 유명한 팀들과 계약사항을 논의했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친한 동료인 황희찬 선수가 뛰는 함부르크에서 함께 뛰고 싶다고 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황인범 선수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입단을 확정 지었다. 팀의 이적에 있어 선수들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될까. 선수 본인과 가족, 에이전트, 소속 구단, 이적할 구단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 같다.
기대했던 유럽행이 아니라서 아쉽고 실망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대전시티즌 팬들 사이에서 그가 국내 팀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더 이상 대표 이사와 팀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이해관계에 의해 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하는 팀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오갔다. 전북과 수원 등 국내 팀도 몇 차례나 언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황인범 선수 개인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는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적료가 아니라, 선수의 성장과 팀의 방향
일부 팬들은 이적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대전시티즌은 구단 운영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59명의 선수를 무분별하게 입단시킨 사례가 있고, 최근 부정으로 선수 선발한 것에 대한 사건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적료가 아니라, 선수의 성장 가능성과 팀의 방향이다. 기사에 따르면,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서 제시한 금액은 각각 6억과 10억이다. 대전은 최소 15억에서 30억 원을 요구했는데, 이 금액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연간 쏟아붓는 시민들의 세금만 해도 매년 천차만별이었다. 팀의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자립에 대한 의지는 제로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황인범 선수의 이적료로 어린 선수들을 키워낸다거나, 운영비에 쓴다는 계획은 97% 거짓말이다.
2019 시즌이 끝나고 황인범 선수의 이적료를 어떻게 썼는지 구단 사무국에 물어보면 명확한 해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고 황인범 선수의 이적료가 앞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꼭 확인하자.
대전시티즌, 셀링 클럽의 운명
대전시티즌은 팀의 레전드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도 이적을 보낼 수밖에 없는 '셀링 클럽'이다. 팀의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팀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인데, 좋은 선수를 영입해도 오랜 시간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선수 개인의 꿈과 비전이 팀의 현실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한다. 특정 팀을 미치도록 사랑해서 팀의 변화를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과거 대전의 레전드 최은성 골키퍼는 다른 팀으로의 오퍼가 들어올 때, 결국 팀을 택했다. 2배 이상의 연봉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만큼 팀에 얼마나 마음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선수가 아닌 구단 사무국 직원 또는 코칭스태프에도 적용된다.
다른 팀에서의 좋은 제안을 받을 때, 거절하고 팀에 남을 수 있는 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간 쌓아왔던 팀의 역사와 팀컬러, 선수단과 사무국의 분위기,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태도, 대표이사의 태도, 사무국 직원들의 세밀함,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분들과의 관계, 팬들의 관심과 애정, 클럽하우스 및 축구장의 시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도 놓치지 않아야 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함께 꿈꾸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반복하고 있다. 프로축구팀은 더 큰 존재로 많은 구성원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프로축구팀이 행정의 속도 또는 비상식적인 산업 행태 때문에 놓치는 것들이 팀과 리그의 상황을 악순환시키고 있다. 우리는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내면서, 무엇을 얻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당장 황인범 선수가 남기고 가는 이적료와 이별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그가 뛰어야 할 팀의 선택에 있어 단순히 이적료 숫자로만 계산하지 말자. 그동안 팀에 헌신한 그의 능력과 태도, 앞으로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 다시 팀에 복귀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대효과 등도 잊지 말자.
황인범 리그 100경기 출장 기념 굿즈
2018 시즌, 대전시티즌 스토어를 운영하는 '매치데이' 회사는 황인범 선수의 리그 100경기 출장을 헌정하는 '매치데이 필름'과 '등번호와 이름 마킹 필름'을 디자인 및 제작했다.
그는 축구도 잘하지만, 인성이 좋은 축구선수다.
2018 시즌 막바지에 광주 FC와 플레이오프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 당시에 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다수의 팬들은 눈물을 머금고 응원을 보낼 수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가 경기를 앞두고 SNS 계정을 통해 전한 소식은 많은 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주시면 승리로 보답할 테니 부디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대전을 너무 사랑해서 잠시 팀을 멀리 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염치없지만 다가오는 플레이오프만큼은 열심히 땀 흘리며 준비하고 노력한 선수들을 위해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광주 FC와의 플레이오프를 이기고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그는 원정팬들의 교통비와 간식을 선물했다. 2016 시즌 대전시티즌의 SNS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선수들이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찾아 '일일 체육교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동행했었다. 그가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그에게 더 마음을 쏟게 된 계기였다. 많은 팬들이 그를 대전시티즌의 레전드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떠나보내지만 벌써부터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선수가 되기 바란다.
황인범, 그는 자줏빛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린다.
축구여행자, 김준태
좋아하는 축구팀을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축구여행을 하고 있어요. 축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축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축구장에 온 사람들의 표정이 더 궁금한 이유이죠.
텅 빈 축구장 관중석에 덩그러니 앉는 것을 좋아해요. 인기척없는 좌석과 그라운드에서 과거의 사람들을 상상해요. 어느 축구팀이든 화려한 시절을 가지고 있을테죠. 축구장에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만끽하고, 그 감정들이 도시의 일상으로 번지기를 바라요. 축구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텍스트를 기록해 독립출판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