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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예쁘다.

엄마가 되면서 새롭게 눈뜬 감정

by 누스

살면서 무언가를 열렬히 원한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저마다 열렬히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었지만 굿즈를 사서 모으고 공연을 쫓아다닐 만큼 푹 빠져 있지는 않았다. 그저 누구 하나의 팬이 되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에, 조금 억지스러운 애정을 보태어 좋아하는 가수를 만들고 팬심을 굳히고자 애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편이 좋아서 결혼했지만 그의 유익을 위해 나의 것을 “기꺼이” 포기할 정도로 성숙한 사랑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희생처럼 보이는 행동 이면에도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는 나 자신이 있었다. 부모님의 은혜가 늘 감사하여 할 수 있는 한의 효도는 하지만, 내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드리는 법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내리사랑만 있고 올림 사랑은 없나 보다.


이런 내가 생애 최초로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을 만났는데, 그건 바로 자식이다. 나 자신을 썩 마음에 들어 하는 편이 아니었던지라, 행여나 나를 쏙 빼닮은 아이를 낳으면 진정으로 예뻐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간 상식이라 믿어 왔던 모든 것을 뒤엎고 온 인생을 흔들어 놓을 만큼의 “예쁨”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감정들이 생겨났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나의 것을 기꺼이 양보할 수 있고 그의 괴로움이 나의 괴로움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희한한 마음을 매일 경험한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애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다.


사람이 귀한 줄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예쁜 줄은 몰랐다.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아기를 보며 “날 닮은 애가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인가 봐”라는 생각을 한다. 밤잠 설쳐가며 진 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는 내 모습을 보고는 “나도 이런 사랑을 받았겠지”라며 기억도 안나는 시절까지 감사하게 된다. 인생이 한결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부모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은 “좀 더 키워 봐라. 자식이 원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래서 풋내 나는 자식 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고자 이 마음을 기록해둔다. 그리고 내 자식을 바라보는 예쁜 눈으로 다른 아이들을, 그리고 이제는 다 자라버린 어른들을 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람은 본디 예쁘다. 나도 예쁘고 당신도 예쁘다. 우리가 이렇게 예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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