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진득하게 해 볼까
새벽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구독자 6444명. 올린 영상 674개. 많이도 올렸다. 브런치도 글을 많이 쓰긴 했지만(총 1125편), 그중에 공개된 게 600개이기도 하고. 브런치는 이제 10년 가까이하고 있는데 유튜브는 첫 영상이 4년 전이다. 4년 전에 첫 영상 올리고 나서 한참 동안 안 올리다가 지난 2년 정도 동안 몰아서 600개 이상을 올린 것이다. 대부분은 라이브 방송이긴 하지만 많이도 유튜브를 즐겼다.
힘든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이야기도 하고. 살면서 배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아름 담아 고봉밥으로 던져두다 보니 대부분의 영상은 10분보다 짧은 게 거의 없다. 뭐든 10분 이상. 지루할만하기도 한데 한 편으로는 자기 전에 들을만한 수면용 콘텐츠로 괜찮기도 하다.
나는 내 글이나 내 영상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내 영상을 틀어두고 듣다 보면 잠도 잘 오고, 그때는 그랬었지 하면서 이전 생각도 난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글 앞에 아주 솔직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그래야 내 영혼의 순간이 사진처럼 글 안에 담기고, 그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게 설령 쓴 아픔이어도 괜찮고. 슬픔이어도 괜찮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약점을 타인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한 편으로는 약점을 감추며 사느니 당당한 약점으로 사는 게 떳떳하기도 하다. 이건 미국의 전설적인 레퍼, 에미넴이 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의 약점을 자신이 다 공개했다. 스스로 공개한 약점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공격받을 명분을 없애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초라한 시절을 스스로 공개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졸아서 옷에 토한 일. 엄마 집에 얹혀살고 있는 일. 친한 친구가 멍청이처럼 자기 발에 총을 쏜 일.
나 역시 내 부끄러운 시절들이나 상처가 그렇게 창피하지 않다. 오히려 어지간한걸 다 공개하고 살기 때문에 반대의 감정으로 산다.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약점을 공개했기에 사실상 그것을 제외하면 더 감출 약점도 없다. 그러다 보니 더 당당할 수 있고 자유로워졌다.
나에게 있어 유튜브는 브런치와 같은 취미 생활의 연장선이긴 하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만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내 생각을 여러 형태로 기록해 두는 걸 즐긴다. 아주 마이너 한 극단적 취미 생활일지도 모른다. 종종 이것을 주 수입원으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지만 그게 잘 되지는 않았다. 취미로 무언가를 하는 것과 일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종종 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생기는데 언제나 콘텐츠가 부담이 된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은 야구 선수가 타석에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30% 정도의 타율만 나와도 더 좋은 리그로 올라갈 수 있지만 30%의 타율로 대박을 터뜨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것도 실력과 감. 재능이 모두 발휘되어야 하는 분야다.
유튜브를 일로 하기엔 나라는 사람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인 것도 문제가 크다. 보통 크리에이터들은 게임, 뷰티, 유머 등 특정 분야로 밀어붙이지 잡다하게 콘텐츠를 다루는 건 리스크가 크다. 알고리즘에도 적합하지 않고 보는 시청자들도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예전에 한 번 개발 채널을 분리해 두고 영상을 업로드 한 뒤에 그 사실을 잊고 지낸 적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회수가 꽤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 한 편으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직설적인 이야기를 해선지 모욕적인 댓글이 상당히 많았다.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한 편으로는 사람에 대한 권위가 중요하구나 체감 됐다.
당시 나는 개인 채널에서 항상 하듯 편안하게 국방티를 입고 이런저런 의견을 밝혔다. 항상 내 채널을 보던 분들 입장에서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새로 들어온 분들도 내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나 찾아볼 때 이전 영상들이 많으니 신뢰도가 생겼을 것 같다. 반면 개발 채널만 운영했을 때는 개발 콘텐츠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게 싫은 사람들이 꽤 있었나 보다.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면 댓글이 수백 개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재밌게도 댓글에서 비판적인 내용이 섞여있고,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도 실제로 영상이 괜찮다면 싫어요 비율을 크게 높지 않다. 그리고 악플에 가까운 말들을 하는 사람들과 직접 싸워도 봤지만 시간을 두고 내버려 두면 그들과 영상을 보고 좋은 감정이 들었던 분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도 보게 된다. 내가 팔 걷어붙이고 싸우냐 아니면 시청자들이 대신 싸우냐 차이일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영상만 업로드하는 입장에서는 침묵하는 게 나은 상황이 꽤 많은 것 같다.
영상이 잘못된 점이 있다면 욕을 먹는 건 상관없지만 안타깝게도 악플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영상과 무관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정말 열받는 부분인데, 내가 한 적도 없는 말을 댓글에 적어두어 댓글만 보는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다. 이런 경우엔 말로 좋게 설명도 해봤으나, 그렇게 애써서 답변하면 악플러는 삭제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대꾸를 안 하면 잘못된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게 되고, 삭제를 하면 내 마음이 썩 편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 유튜브를 취미로 하는 편이지만 한 편으로는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유튜브는 재밌는 플랫폼이다. 어떻게 보는 게 하는 것보다 재밌을 수 있겠는가. 오일남 선생님 말씀처럼 유튜브도 하는 게 더 재밌고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일이 펼쳐지곤 한다.
최근에 재밌게 보는 채널이 하나 생겨 구독하게 된 채널이 있다. 그런데 이 분이 치지직에서 방송을 하고 계셔서 나도 치지직에서도 송시 송출을 하면서 방송을 2곳에서 해볼 생각이다. 저챗(Just chatting, 채팅 읽으며 소통만 하는 방송)으로 시간 보내는 것도 재밌고 개발자들이나 취준생 분 들하고 이런저런 고민 상담하는 것도 재밌다. 세상이 꽤 단절된 느낌이 들지만 온라인에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과 연결되는 순간은 특별한 것 같다. 그 재미로 나는 유튜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