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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문제의식

잘못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옳은 일인가

by 한상훈

여러 세상의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과할 정도로 오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사람마다 기준은 모두 다르기에 분노를 느끼는 이유도 방향도. 그 분노에 이르게 한 개인의 경험도 모두 다르다. 모두가 동일한 문제를 경험하더라도 느끼는 문제의식의 무게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양극화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를 보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옳은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극단적 주장이 서로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더 많은 지식인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식이 발전한다. 서로가 상대방이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새로운 주장들이 계속 나와야 하고, 동시에 과거의 과오를 감출만한 또 다른 논리가 나오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발전하게 된다.


그렇기에 설령 몇몇 개인이나 집단이 잘못된 문제의식이라고 불릴 의식을 가질지라도 결과적으로 사회적 담론을 만들고, 의식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기여가 일부 존재한다. 잘못됐다면 그 잘못됨을 수정하려는 이들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주장은 자신의 주장을 지키기 위한 논거를 하나 둘 쌓아가게 된다. 하나 둘 쌓인 논리의 탑은 멀리서 보면 꽤 멋져 보이지만 애초부터 부실한 토대로 시작한 논리는 매 순간이 위기에 봉착한다. 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참 우스운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부실한 탑을 쌓아 올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주장이 된다.


이데올로기나 종교가 가지는 광기가 있기에 광기가 전체 사회를 휘감아 하나의 주장을 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인간이 창조한 대부분의 신앙은 극단으로 갈 때 정상적으로 작동된 적이 거의 없다고 볼만큼 허술하다. 절대적 권력이나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만들어낸 파괴적인 폭력은 사람들이 서로 대립할 때 만들어낸 갈등보다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엉망이라고 한들 모두가 하나의 주장만을 할 수 있는 북한이나 중국보다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다른 생각이나 체제에 반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숙청을 당하거나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 간의 갈등? 그들은 문제의식을 거세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통제하기에 문제의식은 감춰지고, 사회는 갈등 없이 성장하는 것 같으나 그 안에서 극단적 갈등이 내면화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중국의 20-30대 중 아무것에도 참여하지 않고, 아예 누워버리기로 한 탕핑족은 중국 사회가 가진 이질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사회의 문제를 표현하고 갈등을 표면화하는 것은 정부의 압박이 가해지니 수동적 방법으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극단적 사회 문제를 표출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과거 '장헌충'이라는 잔혹한 인물에서 유래한 '헌'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 세력은 증오 범죄를 일삼아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인하거나 분노 범죄로 테러를 일삼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이 적절하게 표출되지 않는 사회는 수동적 방어 기제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거나 또는 극단적 표출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경우로 악화되곤 한다. 한국 사회가 정말 많은 갈등으로 병들고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표현될 수 있는 문제의식은 오히려 병을 낫게 하고, 사회를 결과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예 이러한 사회적 담론이 차단된 사회에서는 고름이 썩어가듯 심각한 질병으로 악화된다.


그렇기에 안타깝지만 우리가 겪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며, 동시에 담론조차 없는 사회를 막아줄 방부제 역할이 된다. 각 지지 세력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의견에 국민 모두가 동의하고, 국회의원도 한쪽이 지배적 영향력을 가지길 원하겠지만 그것이 권력이 부패하는 과정이며, 인류 역사상 절대 권력 중 부패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은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문제의식은 옳다. 그 문제의식이 설령 잘못된 것이어도 옳다. 잘못된 문제의식인지 옳은 문제의식인지는 사회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논쟁과 투쟁으로 결정할 일이며, 그 과정에서 각 세력은 힘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그렇게 사회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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