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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산들바람

2025. 12. 21.

by 한상훈


겨울이 깊어져간다. 겨울은 깊어져 가지만 많이 춥지는 않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돌아다니면 찬 공기에 피가 얼굴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전해지는 것 같은 날씨. 살이 싸늘하게 메마를 것 같은 바람도 없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찬 공기에 정신을 깨워주는 그런 날이다.


아주 빠른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이 모든 분주함에서 벗어나 '일시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멈춰보고 싶기도 하다.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회에서 멍하니 십자가를 보고 싶기도 하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산 중턱 어딘가에서 오르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그저 자리에 멈춰 깊은숨을 내쉬고 싶기도 하다. 후... 하고 깊은숨을 내뱉고 싶다. 후... 하고 아주 깊은숨을 내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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