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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21. 2020

에세이를 쓰는 이유

무엇이 가치있는 글인가

요즘 저는 에세이만 올리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브런치에선 CEO 작가로 표기되고 있고(부끄럽지만), 제 글 중에 가장 많이 읽힌 건 피아노 독학법에 대한 글입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피아노 독학법, 웹사이트 만들기 등으로 들어오시기 때문에 이 분들을 위한 글을 쓰는게 사실은 브런치 구독자를 위해선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에세이만 요즘 씁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에세이만 쓸 것 같습니다.




10년 후를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10년 후면 제가 올린 글 중 많은 글은 쓸모가 없어질 겁니다. 기술에 관련된 글들은 금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기존의 기술을 찾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듭니다. 어떤 지식이나 학문도 유사합니다. 특정한 그룹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음식처럼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글이 오래되면 상한 음식처럼 특별한 영양가를 주지도 못할 뿐더러, 도리어 안좋은 방향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반면 에세이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에세이가 담고 있는 경험과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가 읽히고 있고, 그 분이 한 고민들과 선택들이 고스란이 담겨져있습니다. 굳이 몇 백 년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행동에서 배울 점을 찾기도 하고, 반면선생으로 삼아 해서는 안될 행동을 배울 수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론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에세이는 타인의 삶의 단면을 잘라낸 한 페이지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삶의 조각을 잘라내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공유하곤 합니다. 그것이 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글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에세이는 조회수를 얻기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차분하게 타인의 삶을 정독할만큼 여유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니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세이는 공유를 얻기에도 부족합니다. 에세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퍼돌릴만한 글이 아니라 혼자서 곱씹어볼만한 글이기 때문이죠. 천천히 마실 때 맛이 나는 은은한 차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타인을 위해서도 에세이를 쓰지만 더 큰 이유는 제가 보기 위해서 씁니다. 특히 무척이나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저는 제가 쓴 글을 다시 펼쳐봅니다. 과거의 나는 어떤 다짐을 했는지. 그때의 나는 왜 눈물을 흘리면서도, 견뎌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과거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기에 저는 과거를 기록하려고 노력합니다.


에세이를 더 자주 쓸 것 같습니다. 적어도 브런치에선 말이죠. 이유는 언제나 똑같을 것입니다. 이 글들이 가장 나를 잘 보여주고,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장 한 장 만들어간 책처럼.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제가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과거부터 미래까지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글이 재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까이에선 비극인 삶도 멀리선 희극으로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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