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 하늘이 유독 까맣던 밤

밤이 깊어질 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들

by pheobe

유독 하늘이 까만 밤이다.
몸이 먼저 겨울을 알아보는 듯, 공기는 단단하고 차갑다. 해는 늦게 뜨고, 오후 네 시쯤이 되면 하루는 이미 저물 준비를 한다. 노란 기운을 길게 늘어뜨린 채, 어둠을 천천히 불러오는 시간이다.
오늘 밤은 그 까만 하늘이 유난히 밝다.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이 붙잡힌다. 달빛이다. 누군가 조용히 손짓하듯, 아무 말 없이 우리의 눈길을 붙든다. 멀리 서 있는 달은 처음엔 노란빛을 띠고 있다. 겨울밤의 색을 머금은 채, 낮과 밤의 경계에 머무는 빛처럼 보인다.
하지만 렌즈를 당겨, 줌으로 달을 마주하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노란 기운은 사라지고, 달은 하얀 얼굴을 드러낸다. 분명 같은 달인데, 거리와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건 빛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조용히 알려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달이 내는 빛은 사실 태양의 것이다. 태양이 비춰준 빛을 머금고, 달은 우리에게 다시 건네준다. 그 빛은 빛의 속도를 타고 약 8분 전의 태양에서 출발해, 지금 이 밤의 창가에 닿았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달을 보며,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함께 바라본다.


우리는 현재를 산다고 믿지만

사실은 빛이 건너온 시간 위에 서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하루도 그렇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선택과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모습일 테고, 오늘의 순간은 또 다른 내일로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늘 현재에 서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시간의 결을 겹겹이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난히 달이 밝은 1월 2일 밤.
까만 하늘 아래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도 잘 지나오셨기를

조용히,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


햇빛1004


#겨울밤

#까만밤

#보름달

#빛과시간의거리

#빛의속도,8분20초

#2026년1월2일


https://youtu.be/tRnnJiROv1E?si=GSsMu2czrOEG85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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