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사권, 평가권을 쥔 리더! 우리는 리더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공정에 대한 이야기
성과고과 시즌이 돌아오면 리더들은 골치가 아프고, 구성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에 시달리곤 한다. 평가 공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있는 상대평가는 이 시즌 최악의 시스템이 되고만다. 미국에서는 20%대, 한국에서는 60%대의 비율로 기업에서 채택중인 상대평가제도는 절대평가에 비해 그 공정함을 의심받으면서도 성과의 양적 측면, 일반적 직무역량 발휘의 우월한 결과 측면에서 유효성에 대한 인정과 환영을 받고있다.
문제는 공정성에 대한 고민이다. 구성원들은 상대평가를 통해 자신이 얼만큼 일관된 평가기준을 적용받는지, 명확히 이해할만한 기대성과 수준을 요구받는지, 어느 정도의 평가와 보상을 받을 것인지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가 아닌 자신이 속한 그룹에 따라 평가결과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분배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각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분배 불공정성에 대한 가장 심각한 이유는 평가자에 대한 불신뢰가 그 심연에 존재한다. 실제로 이 부분의 극복을 위해서는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야한다.
첫번째는 제도를 실행하는 측면에서 적절하고, 적합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하여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이런 공정성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이 평가제도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주체로서 행하는 구성원에 대한 조직지원인식(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POS)이 중요한 조절 역할을 한다. 노사가 협력해도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이행을 준비하는가 하는 과정과 태도에서 구성원들은 조직이 구성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을 느끼고 지각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정성은 바로 그 지각의 영역이다. 조직이 제공하는 지원의 사실 여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직지원인식은 조직이 자신들의 기여를 가치롭게 인정해주고, 웰빙을 신경써주는 정도에 대한 구성원의 믿음이기 때문에 어쩌면 ‘어떻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인지적 내용 요소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영향이 훨씬 민감하게 작동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서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지만 개인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특성이나 개인의 정보처리 전략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고, 상황에 따라서도 영향을 미쳐질 수 있다. 개별화된 고려와 더불어 상황을 살피고 '어떻게'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번째는 평가자에 대한 부분이다. 평가를 수행하는 리더는 또한 사회적 지원을 하는 중요한 환경요인이 된다. 조직의 많은 영역에서 리더 역할의 중요성이 요구되지만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기대중 문화의 기대보다 앞서는 기대가 평가와 보상에 대한 부분이므로 리더의 역할은 여기서 너무 중요해진다.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를 나타내는 리더-구성원 교환관계(Leader-Member Exchange: LMX)라는 것이 있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교환관계의 품질을 나타내는 것인데 리더가 여러 구성원들과 양질의 교환관계를 만드는데는 자원의 한계가 있으므로 리더는 사회정서적 자원을 교환할 대상인 내집단 즉 핵심집단을 찾고, 그들과 관계를 증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이런 선택과 차별적 자원제공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욱 성과향상과 충성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반대급부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리더 즉 평가자와의 높은 품질의 교환관계를 가진 구성원의 경우 나는 우리 리더와 관계가 좋으니 평가절차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통제감이 결국 절차 공정성 마저 떨어뜨리게 만드는 효과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리더는 빼곡하게도 정량화된 평가제도의 다양한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감에 있어 엄격하게 평가 그라운드룰을 지키면서도 구성원 모두를 애정하는 공평한 편애를 실현해야만 평가결과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정에 이르는 기막힌 방법
능력주의의 한계를 꼬집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샌델은 공정(justice)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샌델은 개인적 성과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공적 의미가 결여된 완전히 독단적인 성과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정연한 논리로 설득하면서 재미난 실험을 제시했다. 대학 입학 시스템에서 클래스 절반을 기존 시스템대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추첨식으로 충원하자는 제안이었다. 졸업시 이들의 성적 차이를 비교해보자는 것이 실험의 결과이다. 샌델에 따르면 이 방식은 실제로 1960년 스탠포드대학에서 실시를 고려한 방법이었으나 입학처장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뭇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그 결과를 비추어줄만한 조금 다른 그러나 꽤나 닮은 살펴볼 사례가 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니 내가 독식해야 한다는 능력주의의 대칭으로 ‘리더의 자만심’(leadership hubris), 즉 자만심이 자극되어 ‘나는 다른 후보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다’라는 오만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연결점에서 실험을 시작하는 리더선발과정 장면이다. 여기서는 리더선발방식에 대하여 3가지 비교가 이뤄졌다.
첫째, 리더 결정에 있어 시험점수 결과가 높은 순으로 결정하는 완전경쟁방식
둘째, 모두 추첨으로 결정하는 완전 무작위 방식
셋째, 시험점수 결과가 높은 사람 중에서 추첨하는 방식인 부분 무작위 방식을 통해 리더를 뽑았다.
그 결과는 부분 무작위방식이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완전경쟁방식을 통해 뽑힌 리더는 자기를 지나치게 믿고,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과 더불어 성공의 열매를 자신이 차지하려는 경향이 짙었고, 반대로 부분 무작위 방식으로 뽑힌 리더는 자신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자기를 위해서는 적게 요구하고, 팀원들에게 자원할당을 더 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스위스 취리히대학과 바젤대교수들이 진행한 실험연구 결과이다.(Joël Berger et al. 2020: How to prevent leadership hubris? Comparing competitive selections, lotteries, and their combination)
이 연구는 오랜 과거의 역사에서 착안되어 시작된 것이었다. 고대 아테네 귀족 리더들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추첨방식을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성공에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는 리더일수록 겸손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18세기 스위스 바젤대 교수임명방식으로도 활용되었는데, 영향력있는 귀족가문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신규 교수 임명을 위한 일정 자격검증을 통해 1차 후보가 정해지면 다음 절차는 추첨을 통해 교수를 선발했다는 것이다.
기막힌 방법의 현명한 활용
우리가 일하고 있는 각종 일터들은 그 조직에서 일할 사람을 찾을 때 최적의 인재를 보유하기 위해 선발과정을 거친다. 적어도 조직에 몸담고 있는 그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정예의 일꾼들일 것이다. 이들 중 일부가 우리의 리더가 된다. 그럼에도 뿌리깊은 리더에 대한 불신은 사실과 사뭇다르게 깊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리더가 되어보니 우리 리더가 왜 그렇게 보였는지 이해가 된다”는 공공연한 고백이 뒤를 잇기도 한다. 리더라는 위치와 역할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어떤 무거움과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 속의 어려운 과업들이 즐비해있는 듯한 답답하고 깜깜한 느낌마저 준다.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평가는 필요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기 즐거운 행위는 되지 못하는듯 하다. 피평가자인 구성원들에게 직간접적 결과를 가져다주는 평가 및 보상은 자신이 결과를 통제하기 어렵기에 불공정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는 과정이다. 적극적으로 리더 되기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잠재적으로 구성원들은 리더로 자라갈 대상이라 볼 수 있다. 누구나 리더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있게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시피, 조직의 노력과 리더의 노력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먼저는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이 함께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 믿는 그것이 바뀔 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바꾸어나가야할 문화의 영역이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인드와 인식이 너무 강력하게 작용하는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공정성 인식에 대한 몫은 구성원의 몫이다. 구성원을 그저 이 시스템과 제도에서 수동적인 수혜자 내지 피해자로 남게할 것인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대할 것인지 결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조직만이 아니라 구성원 자신에게도 결단이 필요한 일일듯하다. 구성원 개인은 조직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다양한 활동과 조사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부지런함과 수고를 발휘해주어야 할 것이다. 업무 처리와 다양한 일상의 요구로 하루는 짧고 지금 당장의 중요도와 연결되지 않는 내용은 뒤로 밀리기 쉽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선거를 도외시하는 우리 일상이 가져올 미래와도 같은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챙겨볼 일이다. 결국 이것이 절차적 공정성을 만들어내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의 동료들은 우리 만큼이나 동료들로 부터 의심받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졌을 것이다. 나의 리더들도 또한 나의 동료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 대다수가 리더가 못미덥고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겠다. 설령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그가 역량이 있어서 되지 않았다는 암묵적 동의가 그만큼 우리에게 누적된 믿음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니, 리더들도 본인들이 겸허해야 할 이유를 알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운좋게 추첨된 그들을 믿어주는 일 외에는 더 이상 스트레스 받을 마음일랑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