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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진 Aug 03. 2018

경험! 그 놀라움의 두 얼굴

성장을 위해 성찰해야 할 경험, 성공과 실패가 아닌 돌아봄과 학습 관점

경험의 힘

 

깨달음을 얻으러 당나라로 향하던 원효는 잠결에 목이말라 마시게 된 해골 속에 담긴 물을 통해 돈오(頓悟)하고 방향을 돌이키게 된다. 돈오는 단박에 깨쳐서 문득 깨달아짐을 이르는 불교용어이다. 해골 속의 물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물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급진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점진적으로’ 체득해 나가는 것을 점수(漸修)라고 부른다. 돈오든 점수든 그가 체험한 바에 따라 그에게는 그만의 경험이 생기는 것이다. 


경험은 급진적이고도 강력한 전환의 힘을 가졌다. 마케팅에서 입소문(word of mouth) 

이 통하는 것도 ‘내가 써보니, 내가 경험해 보니’에서 기인되는 생생한 힘이다.  


경험 이후에 오는 것들 


퍼실리테이션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빈도 높은 평가 중에 ‘마치 도닦는 과정 같다’ 라는 말이 있다. 인지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기술적이기만 한 것도 아닌 것이,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도 변화를 이루어내야 하는 부담을 반영하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언제 잘 변화하는가. 변화하지 않으면 영속할 수 없을 때 그렇다. 그 사람 믿었는데 나한테 사기를 쳐서 다시는 안본다, 건강악화로 갑자기 금연이나 절주하게 되었다 처럼  관계나, 건강, 생명과 관련된 부분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선택한 많은 사례를 만날 수 있다.  


강력한 경험은 강력한 변화의 힘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 강력한 변화의 힘은 개인의 확신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자기확신은 상대에게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는데 까지 확장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다양성을 다루어 내야 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사람은 다양하다. 참여자도 다양하고 퍼실리테이터도 다양하고, 참여의 환경도 다양하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맥락은 더욱 다양하다. 쉽게 ‘나는 그런 부분 잘 다루어내었다. 저 이가 저렇게 밖에 다루지 못하는데는 무엇이 결핍되었거나, 이렇게 하지 않은 까닭이다.’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그 모든 정황과 다양성을 다 이해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수많은 평가와 피드백 자리에서 우리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를 돌아보자면 ‘이렇게 했어야 했다’의 범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자신도 어느날 문득 우리의 그 모습에 대하여 완전히 다르게 돈오할 날이 올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경계와 도전 


경험은 나만을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이 훌륭한 것은 그 경험을 어느 한측에만 강요하거나 평가와 판단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상호협력적으로 더 좋은 것을 생각하고 결정토록 돕기 때문이다. 경험에 대하여 어떻게 고집하느냐에 따라 경험이라는 ‘자원’과 ‘판단의 틀’이라는 저울에서 변질되느냐 아니냐 줄타기가 벌어진다.  


경계해야 할 일은 항상 성취라는 경험을 이루어냈을 때 더욱 필요하다. 성취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충분히 괴롭고, 이후로도 관련 내용이 계속 떠올라 성찰하기 싫어도 경험의 감정과 기억이 자신을 따라 다닌다. 이것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면 생각보다 오랜동안 성찰에 메달려야 한다. 반면 성취한 사람은 경험의 성과를 좀 더 쉽게, 확신에 차서 칼처럼 휘두를 수 있다. 그가 해야 할 의심은 그의 경험이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잘 작동했던 그 결과가 타인에게도, 다른 상황에서도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일찌기 칸트가 경계해 준 이 말은 다시 짚어볼 이유가 있다.  

‘이론이 없는 경험은 맹목적이고 , 경험이 없는 이론은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부분과 전체에 대한 탐색과 일반화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함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험의 힘은 강력하다. 우리가 가장 쉽게 검증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션의 힘도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에 수없이 도전해야 한다. 경험으로 많은 통찰과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기술을 수련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경험에서 얻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다.  


현장에 녹이기 


퍼실리테이터로서 나와 타인의 방식과 절차가 다를 수 있고, 참여자도 다양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의 기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다양함을 존중해야 한다. 나에게는 명백히 비효율적 방식이어도 그에게는 다를 수 있는 일이다. 너무도 느린 그에게 돈오(頓悟)가 일어날 수 있고, 한없이 빠른 그에게 점수(漸修)가 입혀질 날도 올 수 있다. 내가 강제할 일이 아니다. 나의 방식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에게 확인되지 않은 그의 좋은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자. 성숙한 서로의 변화를 위하여 성급한 판단이나 조언 보다 경험을 더 성찰해 보자.  


   이루어낸 나를 위하여 

뿌듯하고 즐거운 진행의 성취를 경험한  퍼실리테이터에게 필요한 성찰이 무엇일까. 그 기쁨과 환호와 해냄과 감사 속에 묻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이 성취는  나에게 과연 해결된 부분인가. 이 성취를 통하여 내가 진정 이별해야 할 습관이 무엇인가  

  이루어 낼 타인을 위하여  

나는 타인의 이루어내지 못함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그 시선으로 부터 내가 학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나의 시도는 무엇이어야 할까 

두번이고 세번이고 나에게 통한 것이라 해서 타인에게도 통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이 경험을 자원으로 공유할 수 있을까 

  참여자를 위하여  

나는 이번 진행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변수 중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어떻게 참여자를 도울 것인가 

나의 강력한 경험은 어떤 태도로 참여자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것이 나타날 수 있는 형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퍼실리테이터로 어떻게 그것을 제공해야 할까  


남서진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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