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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진 Aug 03. 2018

다함께 조직개편, 으랏차차

직원들과 함께하는 조직개편 이야기 1

VOICE

"인력 충원이 필요해요

환경이 바뀌는데 우리도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것 같아요.

이 팀과 저 팀의 업무협업이 어려워요. 효율이 오르지 않아요

조직개편이 필요한 거 같아요"


1. 열린 출발

내가 몸담은 조직에서 한동안 구성원들로부터 온 목소리다. 이 현상들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탐색하기로 하고 워크숍을 계획했다. 다행히도 나의 조직에는 연간 1회 연구와 생각을 위한 여름 한주간 '생각(연구)주간'이 존재한다. 구성원들은 서로 나누지 못한 속마음과 어긋난 기대, 아쉬웠던 것, 해결하고 싶은 것, 다음 시간을 위한 전략적 결정 등을 이 시기로 넘겨서 함께 결정해왔다. 이번 여름에는 '조직개편'이 당첨 되었다. 약간의 변경이 될지 완전 새로운 모습의 무엇이 될지 결론은 구성원의 의지에 달렸고 열려있었다. 


생각주간을 맡은 담당의 사전 설문에 담긴 메시지를 쫒아 조직개편을 위한 워크숍 준비는 시작되었다. 가장 고려하게 된 정보는 공정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거나 업무편중이 생긴다거나 팀별 성과에 대한 기여를 파악하기 어렵다거나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맡은 나는 이해관계자이면서도 진행을 도와야 했기에 더욱 중립에 대한 민감함을 잃지 않고자 노력해야만했다. 


2. AGENDA의 선언

워크숍 아젠다

나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그들이 가장 열린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이 제공하는 자율의 범위가 넓고, 깊다. 비록 그래서 각자의 가치충돌과 변화를 감수해야하는 아쉬움이 공존하지만 말이다. 나는 생각주간의 열린 무대에 맞게 우리 워크숍의 목적과 결과물을 공유하며 열린 아젠다를 띄우고, 하나하나 참여를 통해 상세 프로세스를 완성해가는 방식을 취했다. 

- 우리는 조직구조와 업무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 이를 위해 우리가 채택한 현재의 제도와 경험을
   살펴 볼 것입니다.
- 우리에게 열린 결말이 있고, 개선과 창조 모두 가능
   합니다. 



3. What's the Story?

판단하는 습관을 벗어나 서로 탐색을 통해 학습하고, 상황을 개선하거나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우리 조직이 택하는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 "what's the story?"를 묻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가장 작은 그룹이 되어 서로의 상반기를 묻고 들었다. 그리고 떠나보낼 것과 취할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함께 성찰하고, 우리가 구조를 위해 참고할 자료들을 축적해 나갔다.  그리고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심화하지만, 쉽게하기 위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제도를 돌아볼 수 있는 평가지표 몇가지로 자를 만들어 개인의 의견을 표시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암묵적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와 더불어 시사점에 대하여 조금 더 깊이 서로 묻고 의견을 들었다. 


구성원 스스로 피드백을 위한 척도와 결과 공유


4. 어떤 보완이 더해질 수 있나?

돌아보기와 더불어 서로의 해석을 나누고, 구성원의 분석과 풍성한 시사점이 날아가기 전에 그것이 우리에게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이 경험이 어떻게 우리의 일에 보완될만 한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순서로 넘어갔다. 특히 퍼실리테이터가 주목한 것은 구성원들의 대화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정보인 '역량, 애티튜드, 시스템'에 대한 측면이었고, 각각의 챠트를 제공하여 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퍼실리테이터가 어떻게 대화의 물길을 터주는가에 따라 민감한 이슈가 편하게 꺼낼만 해지기도 하고, 굳이 다루어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타인의 비난, 반대 의견 또는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부정적인 피해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 주장이 가능한 상태)의 확보가 필요하다. 발언의 공포를 감소시키기 위한 퍼실리테이터의 노력은 시작할 때 부터 보증할 만한 담보(약속)로 선언하는 것이 좋다. 

 

보완의 의견은 전체-그룹-전체의 deep dive와 ideation을 거쳐이루어졌다. 개인적인 숙고와 그룹 다양성과 동질성에서 다듬어지고 창발되는 의견의 발산과 수렴은 자연스럽게 '절차탁마'가 된다. 나는 그룹의 진행상황을 관찰하고 들으며 흐름을 점검하고 팀별 독창성을 존중했다. 

보완할 내용에 대한 그룹 토의


5. 어떤 구조가 좋을까? 

앞서 수많은 대화를 통해 꺼내고, 다시보고, 바꿔보고, 만들어보고자 기대한 내용들을 담아줄 그릇이 어떤 그릇이어야 하는가를 논의하기 위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함께 짚어본 후 조직구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자 잠시 스터디하는 시간을 가진 후(온라인 & 모바일) 우리에게 도움이 될 구조를 각자 만들어보는 단계로 들어갔다. 


다양한 개인 스케치와 이유들이 그룹에서 다시 공유되면서 억울하고, 불편하고, 개인적으로 그래야만 해야할 것 같은 것들이 그룹안에서 적절히 희석되기도 하고, 더 강력하게 주장되거나, 새로운 모양이 탄생하거나, 옆사람의 좋은 의견에 올라타기 등 다양한 표현과 발전과 수렴이 이어졌다. 논의의 정점에 이른 활동은 그룹별 최고의 모델을 함께 만들어 내도록 요청한 것을 전체에 공유하고 난 후의 일이었다. 


그룹별 내용을 정리하여 모델을 만드는 동안 그룹 내부 구성원들끼리는 꽤 끈끈한 응집력이 생기는 듯 했다. 실제 우리의 일이고, 나의 일이고, 내가 일하는 것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몰입이 빨랐고 깊었다. 그룹별 결과를 전체에 공유하고, 그 중 우리가 고민했던 내용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으며, "우리가 담고자 했던 내용을 담아줄 수 있으며, 조직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모델을 결정하는 순간으로 나아갑시다"의 문 앞에 이르렀다. 평가를 위하여 어떤 평가지표가 적용되면 좋을지를 물어 기준을 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모든 후보안에 투표를 했고, 복수의 의견이 오가는 중 가장 구성원들이 원하는 후보안으로 결정했다. 


그룹별 모델의 전체 공유


6. 다시 한번, 진짜 반영

결정을 위한 결정은 실행을 담보하지 않난다. 그래서 우리는 한발짝 더 나아가기로 했다. 결정안이 우리 모두에게 더 환영받을만 하도록 품질을 높이는 작업, 이것은 바로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는 또 다른 deep talk이고, 절차였다.  각 그룹에서 정말 가치롭다고 이야기 되었던 것들, 합의된 참신한 의견들이 다시 한번 최종안에 담길 수 있는지, 또는 왜 없는지를 치열하게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투표 이후에 오는 것이 결정에 대한 외면이 되지 않으려면, 왜 이런 결정을 하게되었는가,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던 것인가, 이것을 더 좋은 것으로 다듬을 기회는 없는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물론 현장에서 모든 것을 다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담기지 않았지만 이 결과와 시너지를 낼 의견, 이것을 현실성있게 해줄 의견, 좀 전까지 주장했던 것들의 연속선에서 검토될 것들에 대한 추가논의가 이어지는 장면이다. 이것은 결코 결과를 뒤짚는 어떤 행위가 아니라 결과의 품질을 높이고, 현실성을 더하는 과정이다. 

 


7. 실현을 높이는 대화

이제 남은 부분은 부족한 부분과 빠진 내용(사람, 운영 시스템, 이슈, 실시 시기)에 대한 점검의 차례다. 

- 그 곳에서는 어떤 것을 다룰 것인가 

- 누가, 얼만큼 그 곳에 배치될 것인가 

- 어떤 시스템을 사용할 것인가

- 해결해야 할 이슈는 무엇인가

에 대한 내용을 또한 구성원의 '원함'과 '당연함'에서 출발하였고, 합의를 통하여 마무리지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에서 출발한 것도 사실이고, 남은 실행이 더 큰 과제이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함께 험난한 강을 건너온 자들이 갖게되는 공동의 자부심'이 생겼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drive가 될 것이다. 



남서진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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