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 삼각형을 기억하세요.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giewookkoo/395)
감지하기와 감지 결과의 토론을 거친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개발에 필요한 여러가지 과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단계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현명한 결정, 그것의 실행과 피드백, 다음 할 일에 대한 탐색과 학습이 이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할 일이나 과업은 찾는 과정에서는 다음의 세가지 영역을 고르게 살펴보아야 한다.
1. 필요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거나 개선하는 영역
2. 제도와 시스템이 세세하게 다룰 없는 사안을 다루기 위한 스킬과 리더십의 육성
3.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을 지배하게 되는 문화와 가치관의 재정립
<제도와 시스템>
조직을 개발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제도와 시스템를 만드는 것이다.
비가 올 때마다 도랑을 치우기가 어려우니 미리 저수지를 만들어 수량을 조절하는 것과 같다. 불이 날 때마나 물을 퍼나르기 어려우니, 미리 소화기를 배치해놓는 것과 같다.
제도와 시스템은 여러 상황을 대비하여 타당한 결정을 미리 내려놓는 것이다. 그때그때 결정을 내리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리하여 미성숙한 성급한 결단을 내리게 될 위험이 있으니 미리 충분히 검토하여 결정을 내려 놓는 것이다.
3년을 최소 승진연한으로 하자.
CEO는 한 명으로 하자. 부서는 10개로 나누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구매부에서 전담하자.
50만원 이하의 물건을 희망부서에서 구입할 수 있다.
성과등급는 S, A, B, C, D로 나누되, 그 비율을 10, 20, 50, 10, 10으로 한다.
이러한 결정은 한 번 해놓고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적용한다. 그러므로 제도와 시스템은 중기적 의사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번 정해놓고 오래 적용하는 것이니 정할 때 다양한 사정과 시각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조직개발자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진단의 결과 중기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이에 관한 의견을 수집하고 보다 개선된 제도와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은 조직개발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 과정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논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퍼실리테이션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문화와 가치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 행동은 문화 코드로 각인된다. 그 각인이 뚜렸해지고 강화되면 문화는 제도를 집어 삼키게 된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을 초기에 실제로 구성원이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를 신청하여 활용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야, 너 출산휴가 가면 승진 못해.'
문화는 지식, 제도,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조직개발=조직문화개선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삼각형 모델에서는 제도, 행동(스킬과 리더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문화와 가치관을 파악하여 제시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문화란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shared beliefs, 머리 속에 받아들인 것)'으로 좁혀서 본다.
사람들의 행동과 행동의 결과로 만들어낸 예술 작품(arts), 제도(institutions)도 문화로 포함되지만, 이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가치관 즉 머리 속에 축적해 놓은 것에만 한정하여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특정 영역에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을 향상, 개발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신념과 가치관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으로부터 학습하여 축적한다. 특히 권력자, 리더, 준거집단의 행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조직개발자는 이 영향의 경로를 잘 이해하고 문화가 제도에 영향을 주는 것과 반대로 제도가 문화 영향을 주는 것을 포착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10여년전 "사람이 미래다."는 가치를 추구했던 한 기업집단의 한 계열사에서 벌어졌던 일은 중요한 교훈이 된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예퇴직을 받던 중 신입사원까지 대상에 포함되고, 이 일화가 언론에 보도(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15/12/16/20151216500165)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러가지로 사후 수습을 하였지만, '사람이 미래다.'라는 가치관은 신입사원 명예퇴직이라는 행동으로 커다란 손상을 입게 되었다.
<스킬과 리더십>
위의 사례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황이라는 비즈니스적인 상황을 타계하면서 사람이 미래라는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는 능력은 리더십으로부터 나온다. 리더의 행동과 스킬에 달려있는 것이다.
구조와 개인 사이에는 항상 긴장과 상호작용이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마련다. 리더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은 조직의 제도와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흔히 구성원들은 리더마저도 현존하는 어려움의 원인으로 제도와 문화를 탓하게 된다. 한편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점을 조직개발자는 알아야 한다. 그 제도와 문화의 주체는 역시 사람이다.
조직에서 가장 큰 난제 중의 하나는 성과평가와 보상이다. 조직 공정성의 핵심이며, 성과평가와 보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태만, 이직, 침묵, 비난, 비협조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리더나 구성원들은 이 상황을 우선 제도의 문제로 본다. 등급이 잘못되었다거나, 측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보다 나은 대안을 찾다보면 대안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나, 정확한 측정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때는 리더의 대화 스킬, 구성원들의 협력적 문화, 일에 대한 가치관 등의 접근이 보완적으로 요구된다. 제도로 완벽할 수 있다면 실은 리더가 필요없을 것이다. 제도로 충족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의 등장, 악마가 숨어있는 디테일을 처리하는 곳에 리더의 스킬이 필요하다.
부서간에 업무가 나뉘어 있고, 한 부서 안에서도 개인별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원래 나누어진 대로 업무가 딱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기존의 기준으로 나누기 어려운 새로운 업무가 등장한다. VUCA 세상에서는 이런 새로운 업무의 등장이 일상처럼 빈번하다. 이때 이를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또는 구성원 스스로 이를 해결할 기술적 관계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좋을 것이다.
조직개발 ISEC 모델에서 실행하기 단계는 결정-실행-학습이 연속되는 단계이다.
VUCA 세상, 다양성의 세상에서 더 이상 리더의 단독결정이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결정에 다다르는 길이다.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수 없으니, 결정한 것을 실행하면서 실행단계에서 필요한 작은 결정들을 여전히 지속하는 피드백의 과정이 요구된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한 단계 높은 시각에서 실행의 효과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다음 실행에 담을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여 반영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결정-실행-학습의 사이클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볼 때 4단계인 정착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ISEC 단계는 단속적으로 정확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중첩되고 때로는 전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조직개발의 모든 단계는 또 다른 개선을 위한 감지(진단)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ISEC의 방향성을 생각하면서 조직개발을 시도하는 참고로 삼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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