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생리는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날 나는 피를 봤다는 이유로 케이크와 꽃다발로 축하를 받았다. 참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피를 축하하다니. 기뻐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축하자리는 찝찝했고 기분은 점점 추락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더욱 그때가 이상하고 소름 돋는다. 이제 너는 임신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떠한 어른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게 경각심 없이 나의, 그리고 수많은 소녀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생리가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게 가장 두려운 건 생리통이다. 생리를 시작했던 시점부터 난 매달 고통을 겪었는데, 가장 심했던 때는 고등학교 때였다. 책상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내성이 생길까 봐 약도 먹지 않았으니 그 미친듯한 고통을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던 거다. 어떻게 그랬었는지 당시의 내가 대단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생리통을 견뎌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휴가를 생리통에 전부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이 고통에 적어도 맞서서 방어할 수는 있어야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쌓인 데이터들로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1. 생리 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가방에 타이레놀을 상비한다.
2. 피를 보는 순간(생리통이 찾아오기 전) 타이레놀을 먹는다.
3. 허리나 배의 아림의 강도가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면(타이레놀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 다시 타이레놀을 먹는다.
4. 약 먹고 푹 잔다. 무조건 잔다.
약을 먹는다고 생리통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지속적인 은은한 아림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조금 신경이 쓰일 뿐 생활에 지장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약을 먹고 푹 자는 방법인데 약빨이 떨어지면 이것도 무용지물이다. 자다가 아파서 이리저리 몸을 뒤틀면서 자야 한다. 근데 여기에도 고통을 덜 수 있는 자세가 있는데!
바로 고양이 자세이다. 자면서 완벽한 고양이 자세는 어렵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취하는데, 다리가 저리면 엉덩이를 들고 괜찮아지면 내리고를 반복한다. 잠까지 불편하게 자고 있노라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종종 깊은 우울감이 찾아온 생리주기에는 자다가도 서러워서 운다.
13살부터 29살. 16년을, 192번을 이렇게 살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들을 이렇게 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