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3화
세계의 수도, 로마는 어디든 역사와 풍경이 겹쳐 흐른다.
도심 자체가 박물관이니 하루 종일 걸어야만 한다.
콜로세움에서 시작해 포로 로마노, 조국의 제단, 판테온, 나보나 광장, 성 천사의 다리.
멀리서 베드로 성당에 눈인사를 하고, 스페인 광장에서 마무리했다. 강행군이었다.
9월의 로마는 여전히 무덥고,
입장료는 망설여야 할 만큼 올랐고,
대기 줄은 끝이 없었다.
어디든 사람, 사람, 사람.
하루 종일 걷는 로마에서, 우리 셋의 취향은 제각각이었다.
J는 레모네이드를 좋아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지만 성당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리고 카톡이 많이 오는 타입이라 자주 걸음을 멈춘다.
Y는 비싼 입장료를 내더라도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꼭 걷고 싶어했고,
모든 안내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가능한 자주 이탈리아 와인과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나는?
내 바람은 단순했다.
로마의 첫 밤에 스페인 계단에 앉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것.
언제부턴가 로마에 올 때마다 꼭 해보는 나만의 루틴이었다.
하지만 결정적 장애를 만났다.
밤바람 살랑거리는 스페인 계단에
낭만에 취한 관광객들 대신,
무장한 젊은 경찰들이 무표정하게 관광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버투어리즘과 소매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행운처럼 캔 맥주를 구했고
경찰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 잠시의 틈에
우리는 스페인 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로마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친 다리를 쉬며,
오래된 나만의 로망을 겨우, 그러나 또렷하게 이루었다.
"로마에 몇 번 와봤어?"
"글쎄… 열다섯 번에서 스무 번 사이, 아마도 그 어딘가."
천년제국 로마는 올 때마다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