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길을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던가?"
- 헤르만 헤세 <데미안> -
책장을 정리하며
오래된 책들을 버렸다.
책에서 숨결을 느낀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런 느낌이 있어
버림이 쉽지 않다.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고
결혼하고 매년 쌓였던 다이어리 수십 권
젊은 시절, 남편에게 썼던 많은 편지들
쌓아두기도 버리기도
이렇까 저럴까
한편에 다시 정리하다,
결국 떠나보내는 정리를 했다.
어딘가에 남겨놓고 싶은 미련을 버렸네
몇십 년의 기록들이 다 버려지는 것 같아
뭔가 허전해지고..
그건 남겨둘걸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았다.
버리지 않고
남겨 놓았다면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의 몇 년 그 시절에
책을 읽고
내 마음에 꼭 맞는 구절들을 적고
내 생각들을 적었던 그 기록들을 남겨 놓았다면
언젠간 다시 그 다이어리를 펼쳐서
내 마음에 꼭 맞았던 그 구절들을 다시 찾았을까.
이제 또 처음인양,
내 마음에 꼭 맞는 구절들을 찾아
책여행을 떠나야지.
책 속에서 만난 내 마음에 꼭 맞는 구절들을
다시 내 언어로 빚어서
누군가의 마음에 꼭 맞는 구절로 찾아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따듯한 위로가 되고
힘과 용기가 되고 싶은 꿈을 꾼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
- 한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