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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로 WARO Apr 25. 2018

제주의 밤 - 제주에 미치다 Cafe & House

한림의 밤은 어둡다.

이 글은 Waro의 에디터 '인재'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레몬하우스 404호에서 바라본 '제주에 미치다 - Cafe&House'의 모습이다.
사진에선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 거실에서 보면 정말 크게 보인다. 
한림의 밤은 어둡다. 어둡다기 보다는 고요하다가 어울린다. 잔잔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특히 아직까지 서귀포에 비해 덜 개발되어 있어서, 밤에는 불빛을 찾기가 힘들다. 어두운 한림 바다에 '제주에 미치다'라는 간판만 밝게 빛난다. 마치 어부들을 인도하는 등대처럼.


조심스럽게 '제주에 미치다'가 여행자들을 인도하는 한림의 핫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다시 한림의 고요한 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서울의 밤거리와 비교하게 된다. 서울은 24시간 달리는 도시다. 도시가 쉼 없이 달리니, 사람도 쉼 없이 달리게 된다. 24시간 운영되는 카페, 식당과 가게들... 가게는 사람 없이 자동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잠을 줄여가며 24시간 일하며 운영된다. 

악순환이다. 사람은 휴식이 필요하다.

한림의 밤에는 불빛이 없다. 불빛이 없다는 뜻은 도시가 휴식하고, 사람이 휴식한다는 뜻이다. 나도 서울에 있을 때는 24시간 이었다. 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거나 혹은 하루에 2-3시간만 휴식했다. 젊은 나이지만 건강이 점점 안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제주에 와서는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제주가 밤에 쉬니, 나도 쉴 수 있게 되었다.

제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휴식이 필요해서 오는 것 같다. 도시에서 쉬는 것과 달리 충분한 휴식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제주의 환경 때문인 것 같다.

다시 한림의 고요한 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불빛이 없다는 뜻은 개발이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렇기에 아직 '제주스러움'이 남아 있다. 서귀포는 개발이 많이 되어서 제주스러움이 사라져 간다. 도시와는 다른 고요한 휴식을 위해 제주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은 서귀포의 모습에 실망 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비교적 개발이 덜된 제주 서쪽이 여행지로 많은 선택을 받는 것 같다.

제주 서쪽이 여행지로 많은 선택을 받는 다른 이유는 고요한 밤이 찾아 오기 직전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아버지 시대는 해돋이를 보는 시대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였다. 아들 세대에는 저녁이 있는 삶이 성공한 삶이다. 도시가 24시간 달리다 보니 저녁에 쉬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니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도 바뀐 건 아닐까? 

동쪽에서 해돋이를 보는 여행에서, 서쪽에서 일몰을 보는 여행으로 ?

다시 한림의 고요한 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불빛이 없고, 개발이 덜 되었다. '제주스러움'이 남아 있다. 여행자들은 '제주스러움'을 찾는다, '제주스러움'이라는 것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림읍 귀덕리에는 몇몇 가게들이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롱로드, 바위 위에 지어진 저녁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처럼, 입소문을 통해서 유명해진 가게들이 있다. 이런 가게들은 지극히 제주스러운 풍경과 동화되어서 사람들에게 휴식을 준다. 그래서 그럴까? 제주도에 대해 잘 알거나, 히피스럽다고 해야할까 ?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나만의 여행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다시 한림의 고요한 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불빛이 없고, 개발이 덜 되었다. '제주스러움'이 남아 있다. 제주스러운 가게들이 있다. 멋을 아는 여행자들이 많아진다. 멋을 아는 사람들은 이곳을 알아보기 때문일까 ? 그래서 '제주에 미치다' 사장님들은 이곳에 가게를 시작하셨을까?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며칠전 문을 연 제주에 미치다 1층 Supreme 카페를 찾아갔다. 

그리고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만난 사장님들의 모습은 '힙하다'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효섭 대표님은 나이키 모자에 빨간 박스로고가 들어간 슈프림 후디와 아디다스 트랙팬츠에 이지부스트를 신고 있었다. 차호영 대표님은 슈프림 캡에 밀리터리 봄버 자켓, 레깅스에 반바지를 입은, 제주스러움과는 다른, 도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어쩌면 홍대거리가 어울리는 '힙함' 이었다. 

제주의 시골에 이런 곳이 있다.

가게 내부에는 슈프림 제품들이 인테리어 되어 있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슈프림 제품들도 보인다. 오토바이는 국내에 2대뿐이라고 한다. 사장님들이 평소 소장하던 아이템도 있고, 카페를 준비하며 구매한 아이템들도 있다고 한다.

초창기 모델로 보이는 매킨토시가 돋보이는 세심하게 꾸며진 인테리어
길냥이 였던 랑이, 슈프림 카페의 마스코트가 될 것 같다.

랑이는 가게 오픈 준비를 할때부터 찾아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고한다. 가게 구경을 마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찾아와서 애교를 부리더라.

두 대표님은 직업군인으로 특전사 군생활을 했다고 한다. 특전사 모임에서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오다 서로 생각하는 방향과 의견이 잘 맞아 '제주에 미치다'를 오픈했다고 한다.

차호영 대표님은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으셨다. 신효섭 대표님은 프라하에서 숙박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두 대표님의 상황과 평소 둘 다 좋아하던 브랜드인 슈프림을 얹어  Cafe & House를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한다.

귀덕리를 선택한 이유는 운명과 같은 우연이 있다고 했다. 제주도 부동산을 여러군데 돌아보던 중, 일주서로를 지나가다 우연히 지금의 자리를 보게 되었고. 바로 건물주분과 이야기가 잘되어 단 1시간 만에 계약을 했다고 한다.

제주의 서쪽에 가게를 알아본 이유는 서쪽이 '핫'해질 것 같다는 예상 때문이라고 했다. 위에서 말한 나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서쪽은 아직 개발이 덜 되어 있기 때문에, 제주스러움이 남아 있고, 그걸 찾는 트렌드 리더와 같은 사람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보통 이런 얼리어답터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패션에 관심이 있으면 슈프림을 대부분 좋아하기 때문이다.

차호영 대표님은 제주도로 오시기 직전까지 헬스트레이너였다고 했다. 앞으로 헬스트레이너 경험을 살려 운동기구를 구비해놓고 손님들에게 식단을 짜주고, 운동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상도 좋고 친절하니 인기강사였을듯.

신효섭 대표님은 제주에 오기 직전까지 전동 퀵보드와 유아용 자동차 등의 총판을 하셨다고 했다. 이 때 경험을 살려 지금의 가게에 적용하고, 실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전동퀵보드와 유아용 자동차 등이 카페에 준비되어 있다.


두 사장님은 '하고싶은 일은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했다.

즐거운 일을 하고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고, 

실제로 돈에는 크게 스트레스를 안받는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고, 내가 하고 싶고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걸 사며 재밌게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만, 없으면 안 쓰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했다.

좋은 마인드라고 생각했다. 배워야겠다.

컨셉과 정체성이 확실한 슈프림 카페가 제주스러움을 찾아 한림에 들렸던 힙스러운 젊은 여행객들로부터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여행객들이 한림을 찾아오게 만드는 등대처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자주 찾아갈듯 하다. 나만의 공유 오피스가 될 것 같다. 슈프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일해야겠다.

레몬하우스 404호에서 바라본 '제주에 미치다' 간판에서 시작된 단상이 사장님들과 대화까지 이어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주의 밤은 고요하고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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