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현실자각타임)도 능력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이 된 비상장 기업을 유니콘(Unicorn)이라 한다. TV에서 한번쯤 봤을 텐데 유니콘이란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말처럼 생긴 전설 속의 동물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상장하기도 전에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 되는 것은 마치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만큼 유니콘 기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유니콘이라는 단어는 2013년에 벤처 투자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불과 10년이 안된 용어이다. 집계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2022년 1월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은 토스(핀테크), 마켓컬리(전자상거래), 위메프(전자상거래), 무신사(전자상거래), 지피클럽(화장품), 엘앤피코스메틱(화장품), 에이프로젠(바이오), 야놀자(여행), 쏘카(차량공유), 두나무(핀테크) 총 10개 회사가 있다. 유니콘 기업이었으나 크래프톤처럼 상장이 된 기업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옐로모바일 같은 기업은 제외하였다.
데카콘(Decacorn)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이는 유니콘의 10배, 즉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데카콘 역시 머리에 10개의 뿔이 달린 상상 속의 동물이라고 한다. 2007년에 페이스북(현 메타)이 최초의 데카콘에 등극했고 그 뒤에 알리바바, 스냅, 드롭박스, 샤오미,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데카콘이 되었다. 아쉽게도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본인이나 창업팀이 수년 이내에 유니콘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정도의 자신감이나 욕망 없이 길고 긴 고통과 오욕의 순간을 이겨내기 어렵겠지만 그런 욕망을 뒷받침하는 현실 감각과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력과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 발이 우주로 가려고 해도 최소한 한쪽 발은 땅에 디디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타(현실자각타임)도 능력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본인 또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것보다 과대평가하는 것이 10배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은 다소 자신감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매사에 겸손하고 조심하며 대체로 성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본인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으로 확대되고 겸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의 머리나 역량을 너무 믿는 나머지 성실하지 않으며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아동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이 뭔가를 성취했을 때 절대 머리가 좋아서 잘했다는 식의 칭찬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이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야지 본인이 노력하지 않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을 하게 되면 앞으로도 머리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왔다는 것만큼 올드하고 상투적인 변명도 없다.
통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은 1만 개의 스타트업 중에서 1개가 나올까 말까 하다. 그런데도 모두가 본인이 유니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현재 이렇다 할 실적도 없고 투자유치도 하나도 못 받았는데 막연하게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하위권 성적의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안 하면서 서울대를 가겠다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유니콘이 되겠다는 포부로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불과 2~3년 만에 성과도 나지 않고 투자도 받지 못해 본인이 조랑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창업자들을 볼 때마다 정말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늘과 같은 구정 연휴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이 되는 것을 꿈꾸면서 불철주야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인류가 진보하고 국가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먼 미래의 막연한 유니콘이 아니라 본인과 창업팀의 역량, 욕망의 크기, 산업과 시장의 규모와 특성, 노력의 강도, 참을 수 있는 인내의 기간, 법인 통장에 남은 금액 등 모든 총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 7스푼, 욕망 3스푼 정도로 향후 3년에서 5년 정도를 설계해보길 바란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루어나갈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보자.
조랑말이 어느날 갑자기 바로 유니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조랑말이 잘 성장하면 마차를 끄는 말이 되기도 하고 경주용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머리에 뿔이 나오면서 유니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좀 더 많은 유니콘이 탄생하고 더불어 데카콘까지 탄생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