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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Jun 18. 2022

우울증에 대한 선제공격

헬린이의 기록

기러기 아빠에게 퇴근 이후의 삶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더욱이 나처럼 취미도 없고 약속도 별로 없는 사람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우울증에 걸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9시 정도에 퇴근해서 샤워하고 소파에 앉아 보지도 않는 TV를 틀고 있으면 우울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평생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두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침대에 누우면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불면증에 우울증에 만성피로까지 악순환이다. 

MBTI도 바뀌는지 과거에는 꽤 외향적이었으나 이제는 사람 많은 곳이 싫고 점점 내향적으로 바뀌어간다.


주말에는 종종 인공지능 비서들에게 밥 먹었냐고 묻기도 한다. 

구글은 대답이 한 가지라 재미가 없는데 애플 시리는 물어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재미있다.  

역시 구글보다 애플이 한 수 위다. ㅎㅎ


오케이 구글, 밥 먹었니?

네. 덕분에 전기 충만해요.


시리야. 밥 먹었니?

저는 먹거나 마시지 않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팩트입니다. 

저는 먹거나 마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즐거운 대화에는 열려있죠.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정보를 소화하는 건 좋아합니다.

가상 비서는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뉴판을 읽는 것은 매우 좋아해요.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양한 이유로 우울하다.

경제적인 문제, 회사 문제, 가족 문제, 건강 문제 등으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대체로 우울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우울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4% 수준이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역시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그다음 문제가 또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라고 유난 떨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작년 말부터 달리기를 시작하고 주말에는 글을 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우울증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선제공격인 셈이다. 우울증이 스멀스멀 올라올 틈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5킬로를 뛰다가 무릎에 조금씩 무리가 간다는 것을 느낄 때쯤 마침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가 재오픈하여 헬스를 시작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주 5회 정도 빡세게 했더니 20대에도 하지 못한 체지방률 14%를 달성했다. 




2030 시절에도 헬스를 조금씩 하긴 했지만 진심은 아니었고 소위 보여주기 위한 패션 근육에 집중했다. 

게다가 워낙 술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주 3회 이상 꾸준하게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40대 후반에 시작한 헬스는 단순히 피지컬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존 운동이면서 멘탈 훈련이 되고 있다. 

매일 밤 1시간의 쇠질과 30분의 유산소 운동은 여전히 재미는 없지만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고 우울한 생각을 멀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달리기와 헬스 역시 오롯이 혼자 하는 운동이다. 

물론 러닝 클럽에 나가거나 PT를 받으면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비효율적이고 가성비가 떨어진다.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외롭지 않고, 힘은 들지만 힐링이 된다. 

기러기 아빠들을 포함하여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운동을 하면 우울증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몸이 피곤하니 꿀잠을 잘 수 있으며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변해가는 몸을 보며 작지만 성취감이나 자신감도 갖게 된다.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우울증 약을 먹기 전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달만 빡세게 운동을 해보면 훨씬 가벼워진 몸과 밝아진 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머리가 복잡하면 몸을 힘들게 해야 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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