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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은경 KAY Feb 29. 2024

나의 몸값은 얼마인가?

평가의 목적 다시보기

'나의 몸값은 얼마인가?'


직장인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화두이고 질문이다.

마치 나를 하나의 제품, 서비스과 마찬가지로 값을 쳐서 가치를 타진한다.

이 가치는 역량과 업적으로 보통 평가된다.


아무리 평가체계가 정교하다고 하여도 완벽한 공정함은 이룰 수 없다.

공정은 '지각된 공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공정은 제각기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공정에 다다를 없으니, "평가란 의미가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는 그토록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의 납득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를 단순히 보상으로만 연결하거나, 단 한번의 연례 이벤트로 진행할 경우

평가가 가진 목적을 절반 정도만 실현하게 되고,

처음에는 그저 절반으로만 생각했던 '평가의 불만과 저항'이 큰 역풍으로 조직에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인재 퇴사, 줄퇴사, 동기저하, 몰입도 저하 등) 반드시 평가체계는 우리 조직의 목표와 문화 지향 등을 담아 목적에 맞게 재설계되고 리더의 리스킬링 지원 등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평가를

결과 중심의 연례 행사로서가 아닌 지속가능한 과정 중심의 평가로 균형을 제안하며

역량과 업적의 수시 점검과 성장, 성취, 기여를 위한 진척과 지원을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관리'해나갈 수 있는 체계를 제안하고 싶다.

(물론 이미 많은 조직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잘 실행하고 있는 조직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 그러하지 못한 조직을 위한 글입니다.)


01. 지속가능한 평가: 합의된 성과로 시작하라

성과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아래의 정의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무엇을 했다(what)에 대한 의미가 아닌 한발더 나간 개념, 즉 그래서 어땠는데(so what)을 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변은 애초에 계획했던 목표에 대해 무엇을 이루었는지, 추진 대상자(개인, 그룹)간의 행동과 결과가 무엇인지, 결과의 내용이 정량인가 정성인가 하는 것에 대한 분류로도 표현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과는 조직의 목표와 전략적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 또는 그룹의 행동, 결과 및 활동의 결과물이다." (출처: 콘웨이, 윌리엄, 뗴란시, 나탈리. 성과 관리와 보상, 2015)
"성과는 '원하는 결과'에 대한 '실제 결과'와의 차이로 정의될 수 있다."
(출처: Drucker, P. F. 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 1974)
"성과는 조직 내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이나 그룹이 수행한 결과로,
이는 주로 정량적인 성과와 질적인 성과로 분류될 수 있다."
(출처: 김기태. 성과 관리 체제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09)


우리 조직에서는 무엇을 성과라고 말하는지, 성과의 정의와 기준, 항목을 성과관리를 시작하는 초기에 구성원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합의되지 않은 숨은 기준으로 평가 되거나 이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면 합의되고 이해된 바탕이 없기 때문에 구성원의 노력의 인정과 평가, 보상이 납득되기 어렵고 일을 해내고자 하는 의욕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02. 지속가능한 평가: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지표를 세워라

이 설명을 보면 아마 'OKR'을 바로 떠오르는 분도 계실 것 같다. 그러나 '성과관리'의 측면에서, 과정에서의 충분한 학습과 도전을 격려하기 위한 도구를 쓴다면 나는 OKR을 추천하고 싶다.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한다는 것은 이전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목표, 일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욕구가 높은 조직과 개인이라면 (오늘의 사회의 키워드가 '성장과 전문성'을 부르짖을 만큼 중요한 워딩이기도 하다) 높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보다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 생각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결국 성장과 혁신,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설정한다.  때 도전의 목표가 조직차원에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선정하고 조율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조직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조직의 공동의 목표는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얼라인먼트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겠다. 그리고 나면, 나의 일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권장한다. 1) 그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 2)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이 때 고객은 우리가 말하는 시장의 고객도 의미하고, 내부 운영조직 등에서는 내부 고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내외부 모두 시장의 고객을 향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ESG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단순히 고객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과 사회, 세계로까지 영향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3) 무엇이 그 가치를 만들어 낼까. 이것을 숙고하여 생각하고, 동료 구성원 그리고 리더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에서 선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찾는 것의 이점은 나의 업을 깊이 생각해보며, 일의 '의미(meaning)'를 주체적으로 찾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함께 논의한다는 것은 서로의 일의 의미를 협업관계자로서 함께 탐색하여 이해를 같이 하고, 동료가 고민되는 지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03. 지속가능한 평가: 정기적으로 피드백 대화를 통해 성장과 성취를 점검하고 지원하라

2번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처음 만들고 내팽겨 쳐두거나 숫자나 성과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 일의 의미를 가지고 '생각하며 일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 계획을 세우더라도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초심을 잃는 상황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인간의 연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피드백 대화를 통해 서로의 성장의 진척, 시도의 진척, 그것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시도들을 해나가 볼지 대화를 나누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화는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하고, 또 고민상담소가 아니라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리더들은 시간이 금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대화 스킬을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마치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자녀들이, 자신이 부모가 된 이후 자녀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갑자기 무슨 피드백 대화인가, 구성원들의 불편함 호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대화는 그의 존재를 일터에서 펼치게 돕기 위한 존중과 성장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간에는 1) 작은 성취라도 공유하고 축하하고, 2) 혹 반대의 경우(시도했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인정하되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성찰을 돕기도 하고, 3) 그 성찰을 격려하면서 다음 시도를 계획하고 응원해볼 수 있는 좋은 관계와 성장의 대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겠다. 대화를 때, 처음에 생겨나는 미묘한 또는 대놓고 줄다리 하는 심리전은 좋은 경험을 통해 조금씩 극복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이 때, 서로가 이 과정이 학습하는 과정임을 겸손하게 밝히고, 그러나 목적과 의미는 잃지 않고 실현해 나가려고 노력하다보면 이 대화와 관계는 조금씩 견고함을 갖게 될 것이다.



04. 지속가능한 평가: 평가는 평가 시기에 진행한다  

조직에 따라 평가의 주기를 달리하는 곳들도 있을텐데, 연간 평가가 시기가 되면 충분히 성장에 대한 격려와 인정의 시간도 갖고, 올 해의 성장을 축복하고 내년을 기대하며(아직은 더 가야할 길을 확인하며) 평가, 보상의 결실을 맺는다.


평가는 성장에 대한 진심어린 축하와 격려, 그리고 성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축적된 성장기록(증거)을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평가는 그 제도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이의 제기 절차 등을 통해 혹 평가자가 놓쳤을 수 있는 점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의 올해 기여와 내년에 대한 기대를 제시하며 협의를 거쳐가는 것을 권장한다.


이제 평가 절차 이후에, 평가-보상체계의 연결은 또 다른 채널에서 논의가 필요한 깊이 있고, 여전히 어느 조직에서도 분분한 이슈인데, 이의제기에 대한 대화법까지는 훈련을 받지 못하는 조직들이 많은 편이다.


이의제기에 대한 대화 장면(1)

어느 대기업 계열사의 이의제기 회의실 장면이다.


"작년에 이의제기를 했을 때, 이 정도의 성과를 내면 이 정도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까지 해주셨는데,
 초과 달성했음에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너가 좀 봐줘"

"..."


이의제기에 대한 대화 장면(2)

어느 스타트업의 이의제기 회의실 장면이다.

그 이전에 이 회사의 평가는 연례 1번 이루어지며, 평가 기준은 대표가 정하였고, 기준에는 나이, 학력, 부양가족 수 등등 수십가지 열거한 기준 중 '성과'가 끼어들어가 있다. 선언은 평가보상은 기여도로 판단되며, 이는 개인별 작성한 에세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어느 해, 직원들의 줄퇴사가 생겼는데, 이 문제의 가장 강력한 발단은 평가보상에 대한 불만이었다. 갑자기 대거 중직들을 세우면서 연봉 오픈대상자가 늘어났고, 많은 수의 대상자간에, 개별 대화 자리와 술자리에서 연봉이 돌기 시작했다. 경력이나 성과나 여러 측면에서 뛰어남을 에세이로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가 일어날 정도의 연봉 정보들이 오픈되면서, 이 불똥은 연봉 이의제기 회의장까지 이어졌다.


"평가 기준 자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정량, 정성 기여도를 소상히 적어냈고, 조직 전반적으로도 이런 성과가 있었는데 결과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완전한 공정은 없다. 근거도 없다. 그럴 듯하게 내가 정한거다. (더 설명할 건 없다)"

"이 정도면 많이 준거 아닌가? (대표의 조소인지, 소리없는 웃음을 지으며 대화는 종료되었다)"

"..."


대부분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면 퇴사를 마음 먹는다. 스멀 스멀 올라오는 것은 모욕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리는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인데, 회사를 대표하는 리더들은 대비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그냥했다(난 몰라), 봐줘라(난 몰라)'와 같은 대응, 속수무책의 고구마 100개는 먹은 같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어떤 인재가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고자 할까.


앞서 이야기한대로 공정은 지각의 이슈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리더라면 무엇에 대한 지각이 있었는지, 혹 (내가) 정말로 편향되었거나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조직에서 그렇게 판단하게 이유(작년보다 높일 있었던 이유, 기대하는 것보다는 낮을 밖에 없던 이유)를 충분히 오픈 가능한 정도에서 솔직하게 나눠보는 것이 가장 좋다생각한다. 그리고 이 평가 이전에 구성원  서로의 OKR 파티/공유를 통해 서로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나 혼자서만 크게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객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자신만 볼 수 있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나의 몸값은 얼마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다시한번 질문을 하고 싶다.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나도 하나의 제품, 서비스일 수 있지만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 존재라는 점이다.


물건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매겨지는 '가격으로서의 나'가 아닌,

'가치로운 존재로서의 나'를 정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나는 얼마나 그 가치를 뿜으며 살고 있는지, 직장에서는 어떠한지, 그리고 그 가치로 어떤 기여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내 인지의 편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기여를 이루는데 부족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루트의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점검하고 개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본래의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다른 자아를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이것이 자연스럽게 일치되거나 유사한 사람일수록 자아실현과 행복도가 높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내가 지향하는 이 시대의 프로페셔널 정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성찰은- 자신을 깊이 바라보게 해주고, (나를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되고, 나를 넘어 타인도 바라보게 하는 여유도 준다. 이 과정을 잘 거치게 되면 조직을 '자기발현의 통로'이자 '발판'으로 삼게 되고, 다양한 자기발현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며 시너지 나는 삶을 만들어 있게 된다.(얼마 전에 만난 토스팀의 예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자기발현을 이루는 반짝임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우리의 조직에서는 더욱 그래보인다. 역시도 어쩌면 반짝임이 이제 지쳐서 꺼져버릴 위기에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힘을 내어 일어나, 어려움에 처한 조직 구성원들의 반짝임을 발견하고, 함께 보듬어가도록 돕는 것, 그래서 조직에서 나를 만날 있도록 돕는 . 그것이 직업인으로서 나의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새겨본다.


조직에서 가장 개인답게 살아가는 것, 조직에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그것을 돕기 위해 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이 있지 않을까. 역설적이게도.


요 며칠 휘몰아치던 나의 여러 단상들을 글로 옮겨 놓으니 속이 좀 시원하기도 하다.  

두서없지만 생각노트가 있고, 또 누군가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하다.


이 긴 글을 혹시라도 인내심있게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깊은 감사와 축복의 인사를 전하며,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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