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맥스 Aug 26. 2022

지금 이 자리에서.

일을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이란 섰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는 일인데, 앉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길어 퇴근을 하고 나면 다리가 아프다. 

하루 종일 분주하고 또 북적이는 곳이라 서 있는 시간동안은 정신이 없다. 


내가 평소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은 아니다. 하고 싶던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주어진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솔직한 마음으로 안타까움도 있다. 


내가 했던 공부, 내가 했던 경험, 내가 갖고 있는 여러 재능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만, 너무 많은 나이와 너무 적은 경력 탓에 결국은 이것들은 '나만의 것' 정도로 머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 일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내년이 되면 다시 또 일을 찾아야 하겠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이 '오래 하기 싫다'의 의미가 아니라 계약 기간이 있다.) 그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고되지만 시간은 잘간다.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나는 내일을 다시 기다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한 명 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