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라는 건 희한하게 뭉쳐서 한 번에 몰아치더라.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 이걸 내가 지금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쳐 한달 정도를 정신없이 보냈다. 정점은 지난주. 어찌어찌 큰 일을 마무리짓고 간만에 빈둥빈둥 주말을 보냈다. 아직 모든 일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았거든.
그리고 시작된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거지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아하~ 이 감정 뭔지 잘 알지. 폭풍같은 일이 지나가고 드디어 꿀같은 휴식을 취할 때면, 긴장감이 쫙 빠지면서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긴장감과 피로감이 빠진 자리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들어찬다. 모를 리 없지, 3년 전 우울증이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는 걸. 그 와중에 부정맥도 다시 나타나는 중. 아씨.. 그러면 약 다시 먹어야 하는데.
망할 호르몬 새끼들. 나아지고 있어서 두렵네 어쩌네 허세를 떨어놨는데 정말 이러기냐. 오호라 그럼 아직 나아지려면 멀었다는 걸 보여주지, 뭐 이런 거냐. 가장 크고 급한 일은 마무리되었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잔뜩 남아있다고. 그리고 오늘은 그중에서 꽤나 중요한 일을 처리하려던 참이었단 말이다. 아, 정말 거지같네.
그래도 이렇게 글 쓸 기운이 있는 걸 보면 완전히 바닥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해볼 만 하지. 일단 밥을 든든히 먹자. 식후에는 찐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고, 초코쿠키도 하나 먹어야겠다. 젠장, 이래서 내가 살이 안 빠진다고. 잠깐 산책도 좀 다녀와야겠다. 찬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바짝 들지도 모르잖아. 그 후에는 하나씩 하나씩 일을 처리해보자. 이 정도면 호르몬 새끼들도 조금은 협조해 주겠지. 그래도 안 되면 별 수 없다.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 그냥 쉴 수밖에. 어쨌든 마음이 먼저니까. 일 때문에 마음이 다치면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치명상이거든.
그러니까 일단은 마음을 잘 다독여 보자. 지난주까지 꽤 힘들었지? 그래, 알지알지. 하지만 어쨌든 잘 끝났잖아. 이제 쉬엄쉬엄 조금씩 남은 일을 처리하면 돼. 우울하다고 망가지지는 말자고. 폭식하거나 술 퍼마시면 내일 분명히 후회한다는 거 잘 알잖아? 조금 지나면 다시 나아진다, 늘 그랬듯이.
그러니까 괜찮아. 쉬엄쉬엄 하자. 이번주까지만 조금 더 힘내면 돼. 그리고 다음주에는 오랜만에 병원에 가자. 약을 다시 먹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렇대도 어쩔 수 없는 거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 다 방법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