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옥수수를 먹는 최고의 방법

by 임효진

어릴 적부터 옥수수를 좋아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심부름이나 착한 일을 해서 오백원을 받으면 시장 한구석 리어카로 쪼르르 달려가서 찐옥수수 하나를 사먹곤 했다. 얇은 속껍질 한 점 남지 않게 알맹이를 깔끔히 잘도 뜯어먹는 꼬맹이가 옥수수 아줌마 보기에도 흐뭇하셨는지, 가끔 부러진 옥수수를 덤으로 주셨다.


막내손녀를 예뻐하셨던 할아버지는 소작을 부치는 남의 땅 한 고랑을 기꺼이 옥수수에 할애하셨다. 모종을 심을 때도,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오랫동안 따먹을 수 있게 시차를 두고 심으셨다. 덕분에 여름이면 우리집에는 신화당(뉴-슈가)을 넣고 삶은 찰옥수수가 늘 있었다.


병충해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보고, 딱 맛있을 때 골라 따서, 적당히 달달하게 신화당을 넣고 삶은 따끈한 찰옥수수.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요즘 사먹는 옥수수에서 그 맛을 느끼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그 정성, 그 사랑, 그 추억이 들어있지 않을 테니까.



(요즘은 초당옥수수가 제철. 나는 찰옥수수 파지만, 요런 계절별미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옥수수 전문가지.)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옥수수를 좋아하는 나는, 맛있는 옥수수 잘 고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겉껍질이 감싸져 있을 때는 전체적인 모양을 봐야 하는데, 길쭉한 것보다는 짧더라도 통통한 것이 좋다. 겉껍질은 생각보다 두께가 있어서, 처음부터 길쭉한 걸 고르면 벗겼을 때 열매가 더 가늘고 알맹이 사이사이가 벌어져 있다. 덜 익은 것이다. 알맹이가 꽉 차있어야 맛있는 건 당연. 그래서 나는 조금 짧더라도 통통한 모양을 주로 고른다.


수염도 살펴봐야 한다. 하얗고 하늘거리는 수염은 아직 덜 익었다는 뜻이고, 너무 시커멓게 말라비틀어진 것도 좋지 않다. 삶거나 쪄먹는 옥수수는 너무 익으면 오히려 딱딱하고 단맛이 떨어지니까. 수염이 갈색으로 곱게 물든 것이 좋다. 그래야 완전히 익기 직전의 적당히 달큰한, 탱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거 잘 모르겠다 싶으면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당장 나가서 강원도 방향으로 국도를 따라 차를 몰아보라. 남양주쯤을 지나면 중간중간 옥수수를 파는 노점들이 있는데, 근처에 옥수수 껍질 무더기가 쌓여 있는 곳을 발견하면 거기서 사먹으면 된다. 정확히 어디서 팔든, 뭘 넣어서 삶든 상관 없이 무조건 맛있다. 정말이다.


아마도 갓 따온 옥수수를 바로 삶아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집들은 대부분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투잡으로 옥수수를 판다. 원래 갓 수확한 작물은 뭐든 맛있는 법. 뭐, 포도당이 아직 녹말화가 되기 전이라 달고 어쩌고 하던데, 아무튼 어릴 때부터 옥수수를 즐겨먹어온 사람의 추천이니 믿어보시라.


강원도가 가까운 우리 동네에서는 곳곳에 옥수수가 쑥쑥 자라고 있다. 옥수수를 키우지 않는 나지만 아마 이웃들에게 서너 개 정도는 나눔을 받아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먹는 옥수수는 더 맛있다. 추억에 더해서, 나눔의 마음이 들어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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