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ght Speech, 즉 정언에 관하여
얼마전 페이스북 피드에 이 글이 올라왔다. '정서지능 부족을 드러내는 5가지 행동' 이라...... 2013년도부터 직접 도입하고 있는 구글의 마음챙김 명상 기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인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은 마음챙김 명상이 '정서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심리학자 Daniel Golman(대니얼 골먼)의 프레임워크에 근거해 개발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정서지능'이라는 말에 눈길이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 글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자마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입이 말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정서지능 부족을 드러내는 5가지 행동' 을 모두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반성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첫번째 항목, 바로 '자기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짜증내는 사람'이다.
1. 자기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짜증내는 사람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거울같은 친구, 대화 교육자 리플러스 박재연 대표와 가끔 아주 솔직하게 농담처럼 서로를 깔 때(?)가 있다. 각각 대화선생님, 명상선생님인 우리지만 우리가 현존하지 않을 때 우리도 모르게 옛날 마음의 습관을 되풀이하고 만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 아주 신랄하게, 하지만 애정과 유머를 가지고 단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의 관찰에 따르면 나같은 경우 대부분의 경우에는 친절하지만, 누군가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듣거나, 두번 말하도록 할 때는 지나치게 짜증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내가 참 오랫동안 스스로 알고 있던 나의 부끄럽고 미성숙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전반적으로 짜증이 많고, 시니컬한 사람이다(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일에서 불만족을 보는 나의 이러한 성향때문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명상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가 비효율인데 이렇게 써놓고 보면 그럴듯 하지만 실상은 귀찮은 일 하기를 싫어하는, 극단적 게으름이 만들어낸 성향일 뿐이다. 그래서 누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어 했던 말을 또 하게 만들면 너무 쉽게 짜증을 낸다. 그리고 그 짜증 뒤에는 내 중심적이고 미숙한 판단과 편견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마음보기를 통해 깨달아 가고 있다.
첫번째는 바로 서운함이다. 상대방이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왜 내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거지? ->내가 얘기할 때 건성으로 듣고 있었구나. ->내가 한 말이 중요하지 않았구나.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구나.' 식으로 확대해석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이 경우는 주로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두번째는 바로 일종의 책망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스로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고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 혐오 같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컨설턴트로 일 할 때 고객이든, 상사든, 후배 직원이든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생뚱맞은 질문을 해댈때 극도로 피곤해지면서 짜증이 밀려왔었다. 사실 이런 성향도 아주 어렸을적부터 나 스스로 쌓아왔었던 성향 같다. 짜증이 많은 부모님과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자라며 나 스스로 남에게 폐 끼치는 것에 대해 엄격했고, 또 (이것도 극도로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에')바보같은 질문을 해대는 것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고단함이다.
마음챙김 명상 수업을 할 때 주로 경험하는 일인데, 참 많은 분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데 있어서도 '정답'을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서 수행이 깊어지면... 기실 나도 아직 그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숭산스님의 그 유명한 말처럼 결국 우리는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사실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이런 경우에 나는 위의 두 경우와는 다르게 가장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사랑과 애정으로 웃으며 "본인의 질문을 깔고 앉아(명상해)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질문인 상태를 나도 경험했기에, 그 답답한 마음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미숙한 판단과 편견은 공감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정서지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나의 부족한 정서지능으로 인하여 2018년에 내가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얼굴들은... 우리 마보팀원들... ㅠ.ㅠ 가까이 있는, 그리고 가장 편한 친구들이기에 나의 정제되지 못한 짜증과 까칠함을 온 몸으로 겪은 우리 마보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감사할 뿐이다. 권기헌 (Ki Hun Kwon), 강소영 (SoYoung Kang), 윤찬식 (Chansik Yoon)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 주었다면 나를 용서하세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두번째는 나와 비즈니스적 관계로 미팅을 했거나 인터뷰를 하셨던 기자님들,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콜센터 직원분들...... 업무의 특성 상당연히 질문을 하셔야 했는데 그런 질문들에 있어서도 내 기분과 몸 상태에 따라 어떨 때는 지나치게 친절했고, 어떨 때는 지나치게 퉁명스러웠다. 그리고 간혹 어떤 질문들에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었다.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쾌한 기분을 선사했다.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 주었다면 나를 용서하세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세번째는 우리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특히 가족들의 경우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기에 가장 함부로 대했다. 아직도 매일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질문들을 하시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수행의 경지를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 '람 다스(Ram Dass)' 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깨달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가족에게 돌아가 휴가를 함께 지내보라." 고.......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 주었다면 나를 용서하세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마지막으로, 마보를 통해 만난 우리 마보유저분들과 수업에 오셨던 많은 분들....... 아직 수행이 많이많이 부족해 그 분들의 힘든 마음을 다 품어드리지 못하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드릴 때가 있었다. 그 분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안겨 주었다면 나를 용서하세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자, 이 글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쓰는 이유는 이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나의 2019년 다짐을 확고히 하려는데 있다. 지금까지 매년 세웠던 새해계획은 사실 거의 외적인 성취나 경험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내면의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한다. 나의 2019년 수행의 화두는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의 의도에 깨어 있으라.' 이다.그리고 이것은 붓다가 친절하게 우리에게 알려주신 깨달음으로 가는 8가지 성스러운 수행의 길 중에 하나인 'Right Speech(정언, 현명한 말)'에 관한 것이다.
Right Speech 는 다음과 같다.
1. 거짓이나 꾸미는 말이 아닌 것
2. 남들과의 불화나 적대감을 조장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말이 아닌 것
3. 무례하고, 공격적이며 무시하는 말이 아닌 것
4. 시간 때우기 식의 가십이나 무의미한 말이 아닌 것
즉, 진실되고, 사실이며 나와 다른 사람에게 모두 도움이 되고, 애정이 담겨 있으며 친절한 말이 바로 Right Speech 이다. 여기에 얼마전 리트릿에서 조셉 골드스타인 님이 Right Speech 에 대해 중요한 말씀을 하나 더 해주셨는데 바로 Right timing에 관한 것이었다. 위에 모든 요소를 다 담고 있어도 그 말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면 그 말은 무의미한 말이 되고 만다.
올 한 해 나는 또 아마 아주 많은 말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말들이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고, 사실이며, 나와 다른 사람에게 모두 도움이 되고 애정이 담겨 있는 말이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향하는 말이든, 나 스스로를 향하는 말이든 매순간 깨어 나의 의도를 볼 수 있기를... 올 해는 부디 작년보다 내 말이 품고 있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줄어들고, 내 말에 녹아 있던 내 마음의 독이 옅어지기를... 내 세치 혀로 인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고통이 줄어들기를......
이것이 바로 2019년 나의 새해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