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순간순간의 여정이다.
명상책들만 읽다보니 줄거리가 있는 소설책에 흠뻑 빠져보고 싶었다. 늘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일과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하루를 만들어 보고도 싶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낯선 동네에서 아무 카페나 들어가 친구에게 추천받은 책을 읽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사방에 멈춰버린 시계들이 가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뛰어나올 것 같은 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이 카페에 오기전 원래 가려던 카페가 있었다. 어제 지나가다 본 곳이었는데 혼자 책을 읽기에 꽤 아늑하고 조용해 보였다. 오늘 지도앱으로 대충 그 카페를 보았던 곳의 위치를 확인하고 걸어오는데 망원동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다시 지도앱을 볼까 하다가 괜히 오기가 나서 그냥 계속 감에 의지하여 이 모퉁이 저 모퉁이를 기웃거렸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몸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느껴졌다. 내가 정한 목표(목적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불안함, 목적지에 빨리 다다르고 싶다는 조급함, 몸에서 나는 땀에 대한 불쾌감......
그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늘 하루 목적지도 없이, 순간순간을 즐기며 낯선 곳에 나를 두는 짧은 여행을 하겠다고 해놓고 난 또 어김없이 참 목적지향적이었구나. 원래 가려던 카페가 실제로 좋은 곳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거길 가기 위해 수많은 다른 이쁜 카페들을 지나치고 있구나. 이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을 잘 보지도 않고......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실 이유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그곳에 "도달"하겠다고 정해놓고 그 뒤에는 왜 거기에 가려했는지 잊어버리고 조급하게 거기에만 가려고 종종 대는것 아닐까. 결국 가려고 했던 카페에 도착했지만 어제 밤에 본 그 아늑한 분위기는 그 곳을 감싸는 조명의 영향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주위를 헤매다 벽면을 가득 채운 시계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홈메이드 두유가 매력적인 소이라테를 즐기는 중이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
결국 계획은, 목적지는 늘 바뀔 수 있다.
거기에 가는 과정 자체, 매순간 순간이 우리의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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