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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보지기 Aug 14. 2021

초기 불경을 읽으며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을 만나다.

그때 알았던 것을 지금 새롭게 알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다. 언뜻 보면 초기 불교경전, 맛지마니까야(한역본 중아함경에 해당하는 경전으로 부처님의 설법 중 중간크기의 경전을 모아 놓은 모음집이라 한다.)부터 최신 뇌과학이론(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심리학과 사회학 책(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까지... 상관 없어 보이는 책들이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이 책들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놀랍도록 진실과 진리는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정말 소름끼치도록 석가모니 붓다, 즉 싯다르타라고 알려진 한 인간의 통찰이 정말 놀랍다는 것이다. 




기존 감정이론(인간에게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감정의 매커니즘이 존재한다는)에 반기를 들면서 최근 심리학, 뇌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사 팰드먼 배럿 교수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으면 불교심릭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12연기가 떠오른다. 육입(눈,귀, 코, 혀, 촉, 마음)을 통해 들어온 감각정보가 마음을 만나 의식이 되고, 지각이 되고, 느낌을 만들고, 그 느낌에 의해 우리의 반응이 결정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반응은 과거의 업, 즉 우리 마음의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붓다가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사 팰드먼 배럿 교수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반복해서 감정이란 개개인의 뇌가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여 신체에서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이론은 최근 뇌과학계에서 밝혀내고 있는 뇌의 특성, 즉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예측하고 검증하는 '예측하는 뇌' 매커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이론을 감정의 '구성주의' 이론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폭력성의 감소를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역사적 근거,그리고 심리학 지식을 통해 다루고 있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의 책은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의 역사를 보여준다. 스키븐 핑커는(사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서 지금 말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이 책은 인류의 문명화(폭력의 감소)가 '공감'능력의 발달과 내면화된 리바이어던(일종의 내면화된 경찰)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과 같이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을때 인류 문명의 계몽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붓다는 '자비'를 설하면서 그것에 대한 가장 중요한 근거로 '모든 생명들은 폭력을 겁낸다. 누구나 삶을 사랑한다. 자기에게 견주어 보아 죽여서는 안 된다. 남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라는 말을 했다. 붓다의 통찰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기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 대한 통찰로 시작했지만 바른 사유를 통해 '내'가 죽기 싫어하므로 '다른 생명체'도 죽기 싫어할 것이며, '다른 생명체'가 '나'보다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여담이지만... 이러한 삼단논법의 논리성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 뒤부터 정말 모기에 물렸을때 '내가 이 모기보다 나은 존재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붓다의 자비는 어찌 보면, 다른 종교가 내세의 보상을 말하거나 신의 뜻을 말하는 것에 비해 더 논리적인 귀결인 셈이다. 그리고, 참으로 다행히도 인류는 세대를 거치며 그러한 논리적 귀결을 받아들일 만큼은 똑똑해졌다.( 스티븐 핑커의 책을 읽으면 정말로 지금 이 세대에 살고 있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하고, 자연스레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500년전 석가모니 붓다가 말한 것들이 지금에야 겨우,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붓다가 말한 'Dharma', 즉 '진리', '법'은 종교교리가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이치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 그 진리를 조금 이해할 만한 수준의 도구(과학기술)를 가진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진리와 연구결과들을 이제 이렇게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새삼스레 이 두꺼운 책들을 번역해서 출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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