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판단하기 애매한 주제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한 번쯤 예능 스타나 스포츠 스타, 유명 작가 등을 꿈꾸어 봤을 것이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회식 때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노래실력.
깐깐한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글쓰기 실력.
헬스장 샤워실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몸매쯤은 한 번쯤 꾸어보지 않던가.
나는 헬스 트레이너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을 보면서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그런 트레이너이다.
(하지만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는다는 신념, 다른 말로 하면 고집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다 보니 재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있는데 이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이다.
문제는 정작 본인들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취미로 즐긴다고 해도 재능이 있어야 흥미가 생기고 오래오래 즐길 수가 있다.
재능도 흥미도 없는데 무턱대고 경제력에 맞지 않는 비싼 회원권을 끊고 나가지 않는다거나
시작부터 고가의 장비에 덜컥 사놓고 베란다에 처박아 준다거나
진로 자체를 잘못 선택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써보도록 한다.
내가 재능이 있나 없나를 첫 번째로 판단하는 부분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부터 갈리게 된다.
무엇을 하건 간에 시작부터 내가 이 일에 뼈를 묻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가 가볍게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작부터 죽어라고 어렵다면 생계가 걸려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누가 이 일을 계속하겠는가.
대부분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처음 그것을 접했을 때 어렵긴 하지만 이 정도면 할만한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접했을 때 힘들긴 하지만 이 정도면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꾸준히 헬스장에 가서 바벨을 들어 올리지 않았을까.
여기서 잠깐.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가 끈기와 근성이 있는 평범치 않은 고등학생일 거리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나는 전형적인 수포자로(수학 포기자) 싫어하는 것을 해내는 근성과 끈기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학생이었다.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힘들지만 그래도 할만하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대부분 처음에 오신 분에게 운동을 가르칠 때 그분의 체력 수준에 따라서 강도를 충분히 조절해서 운동을 가르치지만 어떤 분은 엄청나게 힘들다고 느끼고 어떤 분은 힘들지만 할만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보통 후자 쪽에 꾸준히 운동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뭔 당연한 소리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재능이 없는 분들은 이것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능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은 못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 그것을 이해한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이게 왜 잘못인지 그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진짜 음치는 노래를 못하는 게 아니라 음정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생각이 나는데 딱 그렇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를 못하니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누구나가 잘못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하게 되어있다.
잘못된 점을 이해하는 능력은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더 재능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 분야에 대해 디테일하게 이해해내고 그게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강사가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강사의 강습 능력이나 자신의 재능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정도는 할 만 한데?라고 생각해도 무엇인가를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돈과 시간 노력이 지속적으로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뭔가 눈에 띄는 성취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가끔씩 그것 피드백이 없어도 꾸준히 지속하시는 근성 있는 분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포기하고 만다. 이 항목과 1번 항목의 시너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나 역시도 남들보다는 빠르게 몸이 성장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근 일 년 안에 권상우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며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항목 같은 경우가 말 그대로 재능이란 단어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은 이 영역을 어떤 약물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멀고 멀었다. 내가 약물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사인 볼트보다 빨라질까?)
그 어떤 뛰어난 강사가 와도 초반 성취의 차이는 단어 그대로 재능의 차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 개인의 성취, 타인과의 교감, 감각적 즐거움, 등등 그 정도가 어떠냐가 다른데 그중에서 개인의 성취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이 꾸준히 재능을 갈고닦을 확률이 높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회식이나 모임 같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개인적 활동에 더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발표나 행사 진행 같은 사회적인 능력 역시 자기 계발과 경험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지 결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린다고 갖추어지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여기까지만 충족하더라도 당신은 그 분야를 취미로 즐기기 시기에 아주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것이 글쓰기가 되었던 운동이 되었던 미술이 되었건 춤이 되었건 말이다.
개인적으로 취미라는 것은 본인이 흥미가 있고 재능이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흥미도 재능도 없는 일을 남들이 해야 한다고 하니까 또는 과장광고에 눈이 혹 돌아가서 돈과 시간 정신력을 낭비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취미로 무엇인가를 즐기실 거라면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을 선택해서 고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재능이 없는 분야에 대해 배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보디빌딩에 재능이 없더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근력과 건강을 얻게 된다. 그림에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배우다 보면 어느 정도는 그림 실력이 향상되지 않겠는가.
다만 큰 기대를 하지는 말고 적당히 꾸준히 즐기시라는 말이다.
자 여기까지는 취미로 무엇인가를 즐길 때 쓰이는 재능까지를 알아보았다.
다음은 진로이다.
어떤 분야에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훨씬 더 고민해 보고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내가 요즘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부분이다.
여기부터는 아무리 내가 재능이 있는 일이라도 전혀 즐겁지가 않다.
이 부분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저에게 쪽지 하나 남겨주시길... 멘토로 삼고 싶습니다 ㅠ ㅠ
프로가 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상품성이 있는가 라는 단어로 귀결되게 되어있다. 누군가가 나의 재능을 소비해야 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소비자들이 소비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를 상품으로써 다듬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취미로 즐기던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나가떨어지게 된다.
상품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
이미 프로의 세계로 뛰어든 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인데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량에서 남들을 앞설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내가 앞서 나가야 한다.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이 스트레스를 견뎌내던가 아니면 남들이 뭐라 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는 하는 강한 멘탈이 필요하다.
소비의 시대다. 끝없이 새로운 상품이 생산된다. 그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남들과 차별화하고 그것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실 이건 굉장히 미묘한 부분이다. 남들과 무조건 다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대중과는 전혀 거리가 먼 별세계로 가버릴 수가 있고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도 시대에 흐름에 맞지 않으면 그냥 사장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에 3가지 항목보다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꾸준히 무엇인가를 한다면 나름의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어있고 엄청난 대박은 아니더라도 밥 먹고 사는 문제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스트레스를 못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니면 무엇인가를 스스로 오래 지속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일찌감치 이 분야에서 프로의 길은 포기하는 편이 좋은 것이다.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중간한 재능을 가지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문제지.
재능 자체는 신의 축복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재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의 재능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