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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생활 Apr 08. 2016

자전거, 개인용 교통 수단의 원조


교통 혁명의 시작, 바퀴와 말


사람은 두 발로 이동을 해왔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두 발은 수천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럽게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인류 역사에서 기계의 힘을 빌리기 전까지 이동과 관련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퀴’의 발명이고 다른 하나는 ‘말’을 길들인 것이다.


바퀴는 무거운 짐을 옮길 때 물건과 땅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굴림대가 그 시초였고, 탈 것에 활용된 최초의 바퀴는 기원전 3200년경 수메르인들이 처음 만든 걸로 추정된다. 수메르 왕조의 무덤에서 발견된 나무 상자에 마차 그림이 있는데 큰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바퀴를 볼 수 있다. 인류가 말을 길들이고 사육한 것은 기원전 4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말의 뼈와 도기의 흔적을 연구한 결과(2009년 사이언스지 발표), 당시 사람들이 말에 재갈을 물려서 타고 다니고 말의 젖을 마셨다고 한다.


모든 이동하는 것들의 시초는 바퀴에서 시작되었고, 내연 기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말은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의 주요한 동력원으로 쓰였다. 자전거는 바퀴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꽤 뒤늦게 나온 교통수단이지만, 자전거가 교통수단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굉장히 크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현대적인 교통수단의 기본 원리가 자전거에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최초의 개인 교통수단이라는 의미도 크다.



최초의 자전거, 셀레리페르와 드라이지네


1792년 프랑스에 등장한 최초의 자전거는 페달이 없어 발로 땅을 밀면서 가거나 멈추는 방식이었고 방향도 바꿀 수 없어 길의 모양과 흐름에 따라 그대로 따라갈 수만 있었다. 프랑스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만든 이 자전거는 ‘셀레리페르’로 불렸는데 ‘빨리 달리는 기계’라는 뜻이다. 현재의 우리가 생각하는 자전거와는 많이 다르지만 자전거의 원형을 제공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독일의 발명가 칼 폰 드라이스는 1817년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이지네’라는 자전거를 만들어 공개한다. 이 자전거는 핸들로 앞바퀴를 움직여 방향 전환이 가능했기 때문에 타기가 훨씬 쉬웠고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었다. 이후 ‘벨로시페드’로도 불리는데 ‘빠른 발’이라는 뜻이다.


이 자전거는 시속 약 19Km까지 달리는 게 가능했지만 발차기를 지속적으로 해서 간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고, 역시 브레이크가 없어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신개념의 개인 교통수단은 일정 수준 인기를 끌며 영국, 미국, 독일까지 전파된다.


따라서 방향 전환이 불가능한 조향 장치가 없는 초기의 자전거는 '셀레리페르', 방향 조정이 가능한 최초의 자전거는 '드라이지네'로 볼 수 있다.


방향 조절이 가능한 자전거, 드라이지네(복제품)


페달과 체인으로 가는 자전거의 탄생


오늘날과 비슷한 본격적인 자전거의 시작은 사람이 직접 땅을 발로 차지 않고 페달을 통해 바퀴를 굴리면서이다. 1861년 대장장이였던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는 ‘벨로시페드’를 개량해 2m 정도의 길이에 앞바퀴에 페달을 달아 만든 약 30Kg짜리 자전거를 세상에 내놓는다.


발로 땅을 차는 방식에서 페달을 통해 바퀴를 굴리는 방식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는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자전거는 진지한 의미의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부자들의 장난감이나 놀이 기구로 많이 인식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흐르며 기능이 개선되고 자전거 경주 대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다.


앞바퀴에 최초로 페달을 단 피에르 미쇼의 벨로시페드(복제품)


최초의 체인식 자전거는 1879년 영국의 핸리 로슨이 만들었다. ‘벨로시페드’는 앞바퀴에 페달이 달려 있어 발로 굴리면서 방향 조정을 하기가 어려웠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게 체인식 자전거다. 바퀴가 아닌 자전거 중간에 페달이 있고이 페달은 뒷바퀴의 체인이 연결되어 앞바퀴와 상관없이 동력을 전달해 효율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상 오늘날의 자전거와 거의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지만 ‘바이시크릿’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자전거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한다.


최초의 체인식 자전거 바이시크릿


이후 1885년 영국의 존 스탤리가 바퀴의 크기를 줄이고 높이를 낮춰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하고, 튼튼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몸체 구조를 만들면서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로버’ 자전거를 만들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다.


존 스탤리가 만든 안정적인 구조로 발전 된 로버 자전거(복제품)


자전거 부속품들도 계속 발전했는데 1866년 영국의 존 브룩스가 자전거용 가죽 안장을 만들고 1869년 영국의 클레망 아데르가 자전거용 고무 타이어를 만든다. 하지만 공기가 들어간 타이어가 아닌 딱딱한 통고무였고, 1887년 스코틀랜드의 존 던롭이 공기가 들어 간 타이어를 만들면서 자전거의 승차감도 좋아지고 무게도 더 가벼워진다. 공기타이어가 만들어지며 자전거의 성능이 또 한번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한국 최초의 자전거는?


1880년대 중반에 선교사와 미국 장교가 자전거를 가져와서 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가 없다. 이때 자전거를 ‘개화차’, ‘자행거’라고도 불렀는데 1890년대부터는 신문에 자전거 판매 광고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자전거 경주는 1906년 4월 22일에 열렸고, 자전거 경주 인기가 상당했는데 1913년 용산에서 열린 자전거 대회는 10만 명 정도가 왔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엄복동' 선수가 항상 우승을 하며 일본 선수를 물리쳐 일제 강점기의 국민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아울러 국내 최초의 자전거 회사는 삼천리자전거로 1944년에 설립되어 1945년부터 각종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고, 1952년 4월에 최초의 국산 자전거 '3000리호'를 세상에 내놓는다.



자전거, 현대적인 교통수단의 뿌리


자전거는 바퀴, 핸들, 페달, 회전축, 기어 같은 동력 기계의 작동 원리 대부분을 다 가지고 있고 뒤에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나오는 데 있어 여러 기반 기술을 제공하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겨우 바퀴 2개만 있을 뿐 브레이크나 페달도 없이 발로 밀며 가는데서 출발했지만, 현대의 모든 이동하는 것들의 뿌리가 되었다. 아울러 동물이나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직접 동력을 만들어 내는 교통수단이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처음 자전거를 탔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살짝 기우뚱거리지만 이내 곧 중심을 잡고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힘차게 나가는 순간의 경쾌하고 짜릿했던 그 느낌 말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라고 '세그웨이', '나인봇' 같은 전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개인용 이동 수단들이 나오고 있지만, 두 발로 힘차게 페달을 굴리는 자전거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 생활에서 함께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전거는 두 발을 사용해 걷고 달리며 움직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과 제일 잘 통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사라지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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