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020.12.25)
네가 힘들어도 힘들다는 티를 못 내고 그렇게 가버린 걸 알아서 나는 더 힘들다는 티를 낸다. 다들 참 다정해서 내게 좋은 말을 해주고 나를 걱정해준다. 참 고맙지. 내가 지금 힘든 건 네가 힘들었던 것의 1/10도 안 될 텐데.
조금 더 힘들다고 말하지 그랬어. 나를, 주위 사람들을 조금 더 의지해주지 그랬어. 네가 언제든 전화를 걸어서 내게 괴롭다고 말해도 나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근데 나도 참 그래. 내가 먼저 전화했어도 됐을 텐데 말이야. 이제는 네 상태가 좀 나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내가 진짜 멍청했어. 후회스럽다. 조금 더 잘해줄 걸, 후회 없이... 그러질 못했네.
근데 그거 알아? 난 너처럼 안 살 거야. 힘든 거 티 낼 거고 징징거릴 거고 위로받을 거다. 바보야.
예전에는 드라마 한 시즌을 보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짜증이 났었지.
지금은 이걸 보면 10시간이 지나있을 거란 사실이 다행스러워.
네가 가니까 이상하게 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어. 안쓰러운 아이 하나를 잘 대해주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연 같은 거라도 알아볼까 봐.